[권은경] 홀로코스트와 북 정치범관리소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6.01.29

1월 27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입니다. 홀로코스트라는 말은 독일 히틀러의 나치정권이 1941년부터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유대인과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저지른 대량살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나치 정권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의 숫자는 유럽 각지에 살던 6백만 명의 유대인들, 2백만 명의 집시, 25만여 명의 장애인들, 9천여 명의 동성애자들 그리고 다수의 정치적 반대자들입니다.

1945년의 1월 27일은 뽈스까(폴란드)의 남부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나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비르켄나우 집단수용소가 해체된 날입니다. 유엔은 2005년부터 나치 정권에 의해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인류역사에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다짐하기 위해 집단수용소가 해체된 1월 27일을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하고 인류역사의 비극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올해 유엔은 1월 25일부터 유대인 집단수용소 생존자를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고 공연도 하고 나치정권의 희생자에 대한 자료와 사진도 전시하는 등 유엔 회원국가 대사들을 초청하여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인권 최고 대표는 이날을 기리는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알-후세인 최고대표는 성명서에서 "오늘 우리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는 것은 인종주의나 종교적, 민족적 배타성에 대항한 투쟁의 필요성을 되새기기 위함이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은 우리의 엄숙한 의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항함으로써 미래에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한다. 우리는 여전히 차별과 유린을 당하는 사람들,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지구상에 많이 있지만 유대인 집단수용소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날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즉 관리소에 수감되어 있는 북한의 무고한 정치범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14년 2월에 나온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독일의 나치 정권과 북한 정권 그리고 아우슈비츠 집단 수용소와 북한의 관리소를 비교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북한의 관리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형언할 수 없는 잔혹 범죄는 20세기 전체주의 국가들이 건설했던 수용소의 참상과 유사하다." "북한 인권유린의 엄중함, 규모, 특성을 봤을 때 동시대 지구상에는 북한당국과 유사한 어떠한 예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조사위원회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동시대에는 유사한 예가 없다면 역사적으로는 유사한 예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주 정권이나 독일의 나치 정권이 북한정권과 유사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렇듯 국제사회와 유엔은 이제 북한당국이 운영하고 있는 관리소의 존재와 규모 그리고 참혹상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입니다. 2014년 말 경에 함경북도 요덕 15호 관리소의 서림천구역이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제사회가 파악 하기로는 아직 대여섯 개의 정치범수용소가 북한 내에 존재하고 15만 명 내외의 정치범들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간 40여만 명 이상의 수감자들이 영양실조와 기아, 질병, 처형, 중노동, 사고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가 있기 전에는 말반동이나 정치적인 모함으로 반체제 죄목으로 수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남한행을 시도한 사람들이나 종교인과 접촉한 월경자들의 경우에도 관리소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 엔케이에서 16호 관리소 수감자들이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 시설의 굴착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16호는 완전통제구역이므로 여기서 살아 나온 정치범은 한명도 없지만 이전 요덕수용소 수감자들이나 관리소 보위원 출신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화성 16호 관리소와 풍계리 핵시설과는 거리가 멀지 않고 관리소는 수감자들을 죽을 때까지 강제노동을 시키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핵시설과 같은 곳에서 직접 생명을 위협하는 노동에 수감자들을 이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아우슈비츠는 유대인들과 소수민족들을 의도적으로 살상하기 위해 지은 집단수용시설물이므로 북한의 관리소를 여기에 비교하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닌듯 합니다. 국제사회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비극을 예방하자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북한과 같은 국가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인권유린에 대한 경고라는 것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합니다.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기해 북한의 관리소에서 무고하게 희생을 당한 분들을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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