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진보를 향한 노력을 멈출 이유는 없다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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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만 년이라는 긴 인류 문명의 역사 속에서, 현재 지구상 보통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현대적인 문화와 문명이 형성된 것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은 과거란 걸 알고 계십니까?

예를 들어서, 남한의 국민이 의료보험제도 혜택을 누리고 5달러 미만의 돈만 내면 언제든 의사진료와 진단을 받을 수 있는데요. 지금은 당연한 국민의료보험 제도가 전면적으로 실시된 것은 1989년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입니다. 또 남한 내에서 대중교통카드 하나로 전국 어느 도나 시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연결해서 1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환승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아무 생각 없이 대중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제도와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2005년 전후입니다. 서울과 부산 간 400km의 거리를 2시간 40분만에 KTX 철도로 이동하는데 50달러 정도 필요합니다. KTX는 남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철도입니다. 이 철도가 운영을 시작한 것도 2004년으로 그리 먼 역사가 아닙니다. 의료보험 제도나 전국 주요 도시 내 대중교통 통합요금제도나 KTX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것은 지금은 남한 국민 누구에게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실현된 건 고작 15년 여 전입니다.

이렇게 제도나 사회시설은 국가 지도자와 행정 책임자들이 제도적, 행정적으로 또는 기술적으로 차려놓으면 비교적 빨리 바뀌고 실행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의식과 생각을 바꾸는데는 엄청나게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는 세계를 꿈꾸던 이상주의자들은 짧은 기간에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혁명을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물리력을 동원해 짧은 기간 안에 사람의 생각과 의식을 바꾸려다보니 인명이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남북한 간의 전쟁이야 말로 이런 생각을 가장 극단적으로 표출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주의자들은 전쟁이나 살상이 일어나더라도 대중들의 생각을 짧은 기간에 바꾸고자 추구했습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나 또는 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위한 혁명이건 대부분 그랬습니다. 생각과 의식이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사회의 이상과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사회운동이 여기에 해당되겠는데요.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미국 사람들의 의식 개혁에 큰 공헌을 한 시민권 운동가 한 명을 소개하겠습니다. 미국에서 흑인 노예제도는 공식적으로 1863년에 폐지됐습니다만, 미국 법률에서 흑인 차별제도가 없어진 것은 그리 먼 과거는 아닙니다. 흑인 차별제도 폐지를 촉발한 시민권 운동가 로사 팍스가 큰 역할을 했는데요. 1913년 2월 4일에 태어난 로사 팍스는 흑인 여성입니다. 팍스 씨는 당시 미국 외회에서는 ‘시민권을 위해 일한 첫번 째 여성’ 또는 ‘자유를 위한 시민운동의 어머니’라고 불렸습니다. 왜냐면 팍스 씨는 미국의 흑인 차별 제도와 이를 당연히 여기는 관행에 저항해 시민운동을 촉발시켰고 시민권을 위해 긴 투쟁의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1955년 12월이었습니다. 미국 남부의 알라바마 주 몽고메리 시에서 당시 재봉사로 일하던 팍스 씨가 출근길에 대중버스를 탔는데 버스 운전사가 팍스 씨에게 한 백인 남성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계기였습니다. 미국 남부지역 대중버스는 앞쪽은 백인들만 뒷쪽은 흑인들만 이용하도록 분리해뒀는데, 간혹 백인석이 다 차면 흑인들이 백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한 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팍스 씨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자리양보를 거부했고 결과적으로 경찰에 체포돼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팍스 씨는 여기에 응하지 않고 대중버스의 흑인 차별에 대항해 대규모 시민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것이 미국 시민권리운동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몽고메리 버스 거부운동’입니다. 1년간의 시위와 법정투쟁 끝에 미국의 대법원은 알라배마 주와 몽고메리 시의 대중버스 내 인종 분리 차별 제도는 미국의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결정을 내립니다. 이로써 1956년 12월에 미국 남부지역의 흑인차별 분리 제도는 폐지되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이 만연한 관행이지만 그것이 불공정하다면 이에 대항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며 맞서 싸우는 용기가 사회를 바꾼 예를 말씀 드렸습니다. 우리 선배들의 용기가 현 세대 우리가 누리는 발전된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제도나 기술의 변화만큼 우리의 의식도 빨리 진보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 현상이 인류의 한계입니다. 그렇다고 정의와 공정, 이상적 인류의 진보를 향한 노력을 멈출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 후세대를 위해서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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