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이 무상의료제도를 실현하려면
2023.07.21
지난 18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전 세계 백신(왁찐) 접종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2022년 한해 백신 접종을 못한 아동이 전 지구적으로 2천만 명이 넘는다며, 코로나 대유행병이 돌기 바로 전 년보다 2백 10만 명이 늘어난 수치라고 걱정했는데요. 그렇지만 코로나가 가장 심각하던 2021년보다 2022년에 생애 가장 치명적인 질병인 홍역, 파상풍 등에 대한 백신 접종률이 전반적으로 3%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 같은 긍정적 보고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충격적인 내용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북한은 영유아 대상 백신 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고입니다.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백일해, 홍역, 소아마비, 결핵, B형 간염, 뇌수막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영유아기에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요. 북한에서 영유아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국경을 전면 봉쇄한 이후, 2021년까지는 국가 내 보유하고 있던 백신을 소비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는 그마저도 다 소진 됐기 때문이랍니다.
백신 접종 공백기가 더 길어지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유니세프가 코로나시기에 예방접종을 못한 아동들을 위해 분기별로 백신을 조금씩 보내왔고 북한의 보건성도 유엔의 인도주의 지원을 받으면서 예방접종을 점차로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2030년까지 실현해 나갈 유엔의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에 대한 북한의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가 2021년에 제출된 바 있는데요. 여기에 북한의료 부문의 전반적 도전과제에 대한 설명에서 2022년 북한 아동들의 백신 접종이 없었던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보건 인력의 역량 부족, 제약 및 의료 기기 공장의 낮은 기술력, 필수 의약품의 부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백신(왁찐) 및 의료 기기 공장은 세계보건기구의 제조공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북한 내 수요도 충족하지 못한다. 대부분 백신은 정부와 글로벌 연합체인 세계백신면역협회(GAVI) 간의 공동 자금 조달 체계를 통해 공급된다.”
또 이 보고서는 2030년까지 달성할 국가계획도 설명했습니다. 즉 예방의학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계획과 의료, 공중보건 시설과 의약품 제조 공장 등을 현대화해서 물질적 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하겠다는 계획도 포함시켰고요. 한의학의 과학화 현대화 그리고 응급처치 봉사 등 의료 편의봉사의 질적 향상을 이루겠다고는 계획도 있습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외국인 출입 방역을 철저히 할 것이며 위생과 방역부문의 체계를 완비하겠다는 등의 계획도 선보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계획하겠다는 이 계획들이 큰 걸림돌 없이 잘 실행되어 우리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철저히 관리되기만을 바랍니다. 하지만 북한의 의료부문이 워낙 무너져 있고 지역 곳곳의 위생과 의료시설들이 낙후한 관계로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에 내놓은 이 계획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 당국도 의료 환경과 의료 부문의 내부적 문제들을 잘 알고는 있기에, 돈벌이 목적의 불법 의료행위 관행을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의학적 지식이나 의료계의 경험 유무를 무시하고 개인적으로 약제를 싸게 구입해서 가정집에서 약품을 제조해서 판매하는 관행도 너무나 흔하고요. 의사 자격이 없는데도 개인 집으로 환자를 불러다 치료하는 행위도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법적 보호, 의학 전문성과 당국의 허가 없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의사를 찾아 진단 받고 약을 처방받을 형편이 안 되는 수많은 북한주민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바로 법으로는 ‘무상의료제도’와 ‘담당의사제도’를 갖춰 놓고선 정작 의사들에게는 월급도 주지 못하는 현실 때문인데요.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담배 막대기라도 준비해야 하고 효력 있는 약을 사려면 넉넉히 달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무상의료와 사회주의 체제를 자랑하지만, 사실은 의료보험제도를 잘 갖춘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오히려 자유시장 원리가 여기서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실행하고 있는데요. 개인 근로자가 매월 월 로임의 약 3.5%를 그리고 직장이 직원 월 로임의 3.5% 비용을 의료보험료로 지불합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진료 받는데 3달러 정도면 되고요. 의사 처방전으로 구입하는 약값도 10달러 내외면 됩니다. 그리고 2년에 한 번씩 암 검진을 포함해서 전반적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아야 하고요. 12세 이하 아동은 기본적인 질병 17개 종류에 대해서 무료로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실질적인 무상의료를 진행해 아동을 전염병 등 질병에 자유로운 건강한 생을 보장하는 것이 북한당국에도 우선적 과제일 텐데요. 이를 위해서는 의료 시설의 현대화도 중요하겠지만, 의사들의 월 로임을 챙겨주는 정책부터 실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다음 불법 의료행위와 뇌물수수 관행도 철저히 단속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리고 과거 북한에 상주했던 인도주의 협력 국제기구들을 다시 올 수 있게 개방해서 북한의 의료 보건 부문의 지속가능한 목표 실행을 함께 진행해야겠습니다.
어른들의 정치 실패가 어린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 피해를 줘서는 안 됩니다. 의료분야에서 영유아의 피해를 줄여가는 것은 국가적 책무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