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라오스의 지방발전사업이 북한과 다른 점
2024.09.20
9월 21일은 ‘세계 평화의 날’이었습니다. 유엔은 2024년의 ‘세계 평화의 날’ 주제로 ‘평화 문화를 육성하자’로 정하고, ‘비폭력과 정의, 희망의 씨앗을 심자’는 구호를 강조했습니다.
유엔 안토니오 구테레스 사무총장은 이 날을 기념하는 성명을 내고, “평화 문화를 육성한다는 것은 분열과 무력함, 절망을 내치고, 정의와 평등, 희망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갈등 예방에 집중한다는 뜻이고 … 모든 종류의 차별과 증오에 대척한다는 뜻입니다”라고 평화의 핵심 요소를 설명했습니다.
1999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평화 문화에 관한 선언 및 행동계획’은 ‘평화 문화’를 삶의 방식부터 인간의 행동 및 태도 등을 총괄한 가치라고 정의하며, ‘교육과 대화, 협력으로 비폭력을 실현’하는 것부터 ‘분쟁의 평화적 종식,’ ‘남녀 간의 기회와 권리의 균등한 증진’까지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실현하는 정신이자 국가적 정책 또는 제도 등을 다 포괄한다고 설명합니다.
많은 국가들이 ‘평화 문화’를 기르고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라오스와 윁남의 사례를 소개해 봅니다.
라오스는 ‘도로부문 사업’을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총 2차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지방 도로를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서 태풍이나 기타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잘 대처할 수 있는 현대화된 기간시설로 정비하는 사업인데요. 총비용은 1, 2차 합쳐서 약 9천만 달러에 달했는데, 약 5천3백만 달러는 세계은행에서 ‘국제개발협력’ 차관으로 투입되었고, 호주와 유럽 등지의 ‘기후 환경 회복력을 위한 공동 자금’으로 1천2백만 달러가 지원됐고요. 라오스 정부 기금도 대략 5백5십만 달러가 들었답니다.
이 사업에 라오스 지방 여성들의 참여가 돋보였기 때문에 ‘평화 문화’ 육성을 위한 사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도로 유지보수 단위’에 참여자 중 여성 비율이 절반이었다는데요. 이로써 여성들의 경제활동 기회를 확대시켜 여성 스스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이 성과로 기록됩니다.
윁남(베트남)도 ‘농촌교통사업’을 2017년에 마무리했습니다. 이 사업은 6년간 진행되었고, 북중부 윁남의 33개 도를 잇는 3천1백 킬로미터의 도로를 개선하는 작업이었습니다. 1억 7천3백만이 넘는 총사업비를 세계은행과 기타 여러 나라의 차관으로 마련했습니다.
이 사업도 농촌지역 여성들의 참여가 중요했다는데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관련 기술 훈련도 진행되었고, 직업 훈련을 받은 숙련된 농촌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가 확대되어 지역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세계은행이 보고했습니다.
북한과 유사한 정치 경제 체계를 갖춘 라오스 그리고 공산당이 이끄는 윁남, 지방발전 사업을 ‘평화 문화’로 발전시켜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이 두 나라의 지방발전 사업에는 북한과 다른 점 두 가지, 눈에 띄는데요.
하나는 지방발전 사업의 주요 재원이 세계은행 등 국제사회의 협조로 조성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그로써 개인의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북한 당국도 ‘지방발전 20x10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데, 왜 이 두 가지 이점들을 놓치고 있을까요?
북한 당국이 열중하는 지방발전 계획에는 주민들의 노력 동원은 물론이고 후방사업까지 주민들 몫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 기사는 각급 여맹조직들이 애국 사업에 이바지한다고 자랑했습니다.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서, 신의주와 의주군 수해지역 복구사업에서, 황해남도의 여러 농장에서, 그 외 여러 도시들에서 여맹원들이 후방물자도 제공하고 직접 건설이나 농사에 땀과 노력을 바쳤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북한 간부 아내들이 전국에 내려진 동원 정책을 피할 요량으로 직장에 적을 올리기 위해 사회로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기술과 전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직업 훈련까지 받고 또 노동에 따른 노임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북한의 생활력 넘치는 여성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요. 하지만 라오스나 윁남과는 반대로 북한은 국가사업에 동원되면 개인적으로 돈 벌 기회도, 집안을 돌볼 시간도 다 빼앗기고, 사회적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마저 더 무거워지니 여성들은 시간이라도 벌자는 심사로 직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 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재래식 무기 부문에서도 세계 최강의 군사 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최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윁남과 라오스는 세계은행과 여러 나라들의 기금을 받아서 지방발전을 위한 사회 기반 시설들을 현대화한 것과 달리, 북한 당국이 지방발전 계획을 위해 주민만 동원하고 세계은행과 협력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북한의 ‘핵 무력의 증강’으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서 주민들의 고통과 부담만 키우면서 이제는 새로이 재래식 무기의 압도적 공격력의 확보를 강조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