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은 ‘국제 중소기업의 날’입니다. 초소형 기업 및 중소기업이 세계 각 지역과 국가의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기에 유엔은 작은 규모의 기업소에 활기를 줌으로써 빈곤을 퇴치하고자 이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2030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의제’들을 이행하자는 국제적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2030년까지 17가지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자는 국제적인 이 캠페인은 북한 당국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북한 주민들도 노동신문에서 관련 내용을 간혹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 중소기업의 날을 맞아,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 대기업과 금융기관, 국제 사회의 이해 당사자들은 빈곤퇴치 및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할 방안들을 고민하고 토론합니다.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전 세계 사업체들 중 90%에 달하며, 매년 60-70%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작은 규모의 시험적이고 기발한 사업 내용의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한 사회가 골고루 잘 사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략이라는 생각인데요. 유엔 안토니오 구테레스 사무총장도 중소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국가적 정책과 투자가 가장 ‘취약한 계층을 돕고 지속가능하고 더 공정한 생계수단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국제 중소기업의 날을 기념하는 성명에서 언급했습니다.
초소형 또는 중소 규모의 사업체들이 빈곤퇴치는 물론, 취약계층을 돕고 국가 전반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북한이 지난 10여 년간 경험한 바입니다.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는데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북한식의 중소기업, 즉 개인 사업입니다. 가두여성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온갖 종류의 음식 판매업, 중국 잡지의 옷모양새를 활용한 의류 제조 가내 수공업, 더 나아가 청년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스스로 연마한 기술을 살려서 주민들에게 편의봉사를 제공하는 사업, 역전이나 장마당에서 상품들을 배달해주는 사업, 국경 지역의 개인 무역 등입니다. 물론 소속된 기관이나 보안원, 보위원들의 눈치를 보느라 힘겨웠지만, 대략 2019년경까지는 앞서 유엔에서 말한 것처럼 북한 사회 전반에 활기를 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북한의 초소형 개인 사업체나 소규모 개인 제조업체들이 상당히 위축되어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도 유엔의 전략인 ‘2030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들을 열심히 실천하기 위해 유엔의 관련 기구들과 협력하고 북한 방식의 지속가능 국가 목표도 만들어 제시했습니다. 이 목표들 중 8번째 목표가 ‘자력갱생 및 지식기반 경제건설과 일자리 제공’으로, 북한 당국이 관련 내용들을 자발적으로 유엔에 제출한 바도 있습니다. 2021년에 북한 당국이 제출한 국가보고서는 8번 목표에 대한 도전과제로 ‘대북제재와 봉쇄, 자연재해, 그리고 코로나 대유행병으로 인한 관광 부문의 저조한 실적’이라고 지적하며, ‘여러 경제 부문간 차이를 낮추고 경제관리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므로 국가적 이행계획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한 모든 경제 부문의 생산 정상화와 경제관리에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보장하는 등의 정책적 개선’ 등을 꼽았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최근 4-5년 간 국가의 통일적 경제관리 지도를 위한 여러 정책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국가 경제관리 개선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하기에 국제적으로는 우려스런 마음도 큽니다. 국가가 법에 따라 가내 공업 등 작은 규모의 사업체를 국가 관리 통제 하에 두는 것은 국가 운영의 투명성과 법치, 그리고 인권은 물론 개개인의 활동 자율성이 잘 보장되는 보통 나라에게는 경제발전을 위한 제반 조건입니다. 그러므로 이론적으로는 북한에게도 맞는 정책입니다. 보안원과 보위원 또는 상부 기관이 이러저러한 핑계로 뇌물이나 개인적 심부름을 요구하는 경우 또는 요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담당 보안원, 보위원 등이 작은 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당한 상황을 줄일 수 있을 듯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오랜 기간 주장하던 뇌물, 세도, 권위주의가 수그러들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긍정적 기능이 빛이라고 한다면 ‘그림자’도 너무 명확합니다. 예컨대, 2019년 이전 시기 장마당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사업들을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벌여 나가던 활기도 함께 숨 죽게 되는 현상이 바로 폐해이자 그림자입니다. 코로나 시기가 지난 직후에 북한을 떠나온 탈북민들의 증언도 이러한 국제적 우려가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즉 앞서 언급한 뇌물과 심부름, 선물 등의 명목과 높은 수입금으로 벌어지는 경제적 수탈은 너무나 오래된 관행이기에 상부 기관 간부나 법조계 종사자들도 여전히 이 관행에 기대어 개인 사업가들의 이익을 수탈합니다. 또한, 작은 업체들에게 내리는 경직된 방식의 계획은 작은 규모의 사업을 더 버겁게 만든다고 합니다.
국가의 정책이 주민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경제체제 개선 정책 또한 통제와 수탈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니 사업하고 싶은 청년들이 주눅들고 꿈을 접게 만들겠지요. 국가의 체계도 갖추고 경제에 힘도 실어주려니, 북한처럼 국가 계획과 통제, 독재적 관료주의가 강한 상황에서는 개인 사업의 경직화와 억제 현상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오히려 돈주들이나 사업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생각해 내는 돈 버는 방법들을 사업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관리의 틀만 갖춰놓고 주민들의 창조성에 맡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 틀이란 개인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규모에 따라서 변동적으로 수입금과 국가계획분을 낼 수 있게 투명하고 확고하게 제도만 잡아 두고요. 동시에 국가는 소규모 개인 사업체가 소속된 상부 기관, 기업소, 단체들과 국가 검열 단위가 자의적으로 개인 사업을 방해하며 심부름과 선물, 뇌물을 요구하지 못하게 단속하는데 관심을 둬야 합니다. 또한 청년들이 새로운 사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게 사업 등록제도의 관료주의도 없는 게 좋습니다. 지방에 현대식 공장을 하나 새로 건설하는 것보다 이 방법으로 청년들에게 활기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유엔에서 발표한 2024년에 유망한 중소기업 경향을 보면 관광, 스포츠 관련 사업, 기업가 육성 훈련 사업, 환경보호 관련 사업, 첨단 농업기술이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할 일들이 많답니다. 중소기업의 날을 맞아, 북한의 청년들도 뇌물을 요구 받지 않으면서, 세계적 경향에 맞춰서 북한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서 색다르고 혁신적인 사업내용을 잘 실현할 수 있을 날이 곧 오기를 꿈꿔 봅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박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