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북한에 권하는 국위선양의 효과적 방법
2025.01.10
새해가 시작되면서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고 ‘인민 생활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정치선전, 교양, 강연, 학습 등으로 전국이 시끌벅적해 보입니다. 북한 당국은 전국적인 강연 및 선전 활동으로 애국열, 혁명열을 역설하며 당 중앙 전원회의 결정 실현을 위해 ‘증산투쟁’을 다그치는데요. 당원과 근로자들의 드높은 애국열과 충성심만으로는 관철시킬 수 없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대외 부문입니다.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보고’는 대외 부문에서 ‘우리 혁명에 보다 유리한 대외적 국면을 마련해 나가기 위한 전략 전술적 과업들이 제시되었다’며, ‘전망적인 국익과 안전보장을 위하여...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이 천명되었다’고 보고했는데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2기를 곧 시작하기에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북한 당국의 자연스러운 대외정책 노선으로 보입니다. 그 외 ‘국위선양, 국익수호의 원칙’으로 ‘친선적이고 우호적인 나라들과의 관계 발전을 적극 도모해 나가는 데서 나서는 과업들이 명시’되었다는 언급이 있는데요.
‘과학농법’ 도입,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중점과제들의 완수,’ ‘인재강국, 교육강국’으로 빛내기 위해 ‘선진교육’으로 교육 구조를 바꾸자는 조치들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대외관계의 발전은 필수적입니다. ‘’
지난 8일 대외 관계 관련해 흥미로운 국제 보고서 하나가 소개되었는데요. 북한의 대외관계 현실을 극명하게 파악할 수 있기에 일부 소개하겠습니다.
영국에 기반을 둔 국제적 투자 자문회사가 매년 발표하는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인데요. 한 국가 국민이 자국의 여권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나라들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가를 지수로 환산했습니다. 헨리 여권 지수의 순위는 세계 199개국, 각국의 여권이 가진 힘을 잘 보여줍니다.
비자는 다른 나라에 입국하기 전에 그 나라 정부가 외국인 여행자의 입국을 허락해주는 여행허가증이라 할 수 있는데요, 사증 또는 영어로 ‘비자’라고 부릅니다. 두 나라 간 대외 관계가 상호 친선적이면 양국 국민들이 비자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또는 입국하기 전에 여행자 개인이 알아서 인터넷에서 20~50달러 정도 비용을 내고 전자 비자를 신청해서 하루이틀 만에 비자를 발급받아서 여행하는 나라들도 있고요. 그렇지 않고 자국에 체류하는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고 발급받아서 여행할 수 있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물론 아예 여행이 금지된 나라도 있지요. 이 모든 관계는 양국 간 동맹의 수준이나 나라의 안전한 정도, 문명적, 경제적 발전 수준, 경제적 이익의 관점 등을 놓고 나라 간 관계 속에서 결정됩니다.
한국은 헨리 여권 지수에서 3위 국가인데요. 전 세계 199개국에서 7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에 비자 없이 또는 간단한 인터넷 신청으로만 여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여행하는 가까운 나라들과 유럽 대다수 나라들은 여권만 있으면 출입국이 자유롭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여행 금지된 나라들은 전쟁 중이나 분쟁지역뿐입니다.
북한과 오랜 친선국인 꾸바(쿠바)나 캄보쟈(캄보디아)도 한국 여권을 소지자들은 인터넷으로 간단한 신청서만 내면 바로 전자 비자를 받아서 여행할 수 있고, 중국도 올해는 30일까지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이 순위에서 북한은 99위이고, 199개국 중 41개 국가만 비자 없이 또는 간단한 비자 신청 절차만으로 상대국의 허가를 받으면 여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공식적으로 그렇다는 말이고 실제 북한 주민들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지요. 만약에 북한 주민들이 해외여행을 희망한다면 여행할 대상 국가의 비자를 받기에 앞서 북한 당국의 허가가 먼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평양으로 여행갈 때보다 더 까다롭고 훨씬 꼼꼼한 정치 사상적 점검 절차를 거치겠지요. 그보다 특정한 목적이 없이 단순 해외여행만 목적으로 북한 주민이 해외를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마 그런 생각만으로도 처벌받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세계 보편적인 인권 중 하나인 ‘이동의 자유’를 묶어두는 이 상황이 바로 대외사업 부문의 원칙인 ‘국위선양, 국익수호’에 큰 손해입니다.
이왕에 이번 전원회의 결정으로 ‘친선적이고 우호적인 나라들과의 관계 발전을 적극 도모’할 것이라고 결정한 만큼, 친선 관계 국가들과 국제적인 행사에 더 많이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예를 들어, 몽골에서 진행하는 ‘세계여성대회’에 여성동맹 지도자들과 여성 경제인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에서 열리는 국제 청년대회나 ‘국제 장애인의 날’에 캄보쟈(캄보디아)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북한 장애인 대표자들을 파견해 세계인들과 나란히 토론하는 것은 더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또 라오스의 혁명청년동맹과 북한의 청년동맹 간의 문화 교류 행사도 진행하길 추천합니다.
북한 당국도 혁신적인 생각을 항상 촉구하는데요. 북한 여성과 청년, 장애인들이 친선 국가의 문화를 경험하고 교류하는 것이 바로 ‘혁신’을 불러올 가장 빠른 방법일 겁니다. 또 우호 국가들은 어떤 혁신적 방향으로 발전하는 지를 함께 배우고 토론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북한의 ‘국위선양, 국익수호’에 제대로 기여하는 방안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