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6.12 미북정상회담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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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ly historic and first-ever summit." "참으로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사람들이 사용했던 표현입니다. 그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6 12일 싱가폴의 센토사섬에서 개최되었습니다. 70년 동안 불구대천의 원수로 지내온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하고 오찬을 나누고 산책도 하면서 공동발표문을 도출했으니 그렇게 부를 만도 합니다. 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노력,’ ‘4.27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한반도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발굴 및 송환’ 등 네 가지를 추진하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문은 4.27 판문점 선언보다 한 단계 더 진전된 좀 더 구체적인 비핵화 원칙들이 천명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실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핵심의제라 할 수 있는 비핵화의 강도, 속도,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한 언급이 생략되고 지극히 원론적인 방향제시에 그치면서 전체적으로 판문점 선언 수준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으며, 핵폐기의 시한, 사찰방법, 검증절차 등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평양정권이 선의(善意)를 가지고만 있다면, 다시 말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신 개혁개방과 남북상생을 통해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거듭나기로 용단한 상태라면,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핵확산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서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고, 격화되고 있는 동북아의 신냉전을 완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냉전종식을 선언했던 1989년 몰타선언에 비유될 수 있으며, 그동안 한국 국민을 짓눌러 온 핵악몽을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상생 구도의 구축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그런 자세를 가지고 있자면, 앞으로 이어질 미북 핵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추가 합의들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반대로, 북한이 악의(惡意)를 품고 있다면, 다시 말해, 북한이 펼치고 있는 평화공세와 대화국면이 지금까지 구축한 핵지렛대를 이용하여 미국과 협상하여 한반도로부터 미국을 떨쳐내고 ‘주체통일’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대남전략의 일환이라면, 이번의 미북 정상회담은 남북한 모두에게 또 다른 시련을 예고하는 사건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여정은 합의단계, 이행단계, 최종 검정단계 등 적어도 세 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방향 제시에 그친 이번 합의문은 북한 비핵화 여정이 이제 겨우 첫 번째 산을 오르기 시작했을 뿐임을 의미하는 것이며, 정상 간의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 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 절차, 속도 등은 이제부터의 핵대화를 통해 도출해내야 합니다. 북한이 악의를 가지고 있다면, 이 과정에서 원론합의 후 각론에서 반대하기, 의제 쪼개기 등을 구사하면서 무한정 시간을 끌 수 있으며, 핵대화 자체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여전히 ‘북핵 폐기’라는 표현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사용된 점이나 북한이 ‘안전보장’ 명분으로 요구할 수 있는 반대급부의 범위가 광범위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등을 시비할 수도 있고, 한미동맹 자체를 ‘북한의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고 우기고 나올 수도 있으며, 조기에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는 다시 긴장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북한이 고립과 경제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이 새로운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한 의미있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모든 것은 북한이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실천하고 변화의지를 밝힌다면 북한을 '위대한 나라, 번영된 나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연히,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도 열심히 도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에 주어지는 반대급부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선의와 실천을 확인해나가는 것에 비례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세계는 섣부른 '평화의 환상'에 빠지기보다는 미국과 북한이 취해나갈 후속조치들을 냉정하게 주시하게 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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