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만 정부는 9조 2천억 원에 달하는 F-16 바이퍼 전투기 66대를 구입하기로 공식 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대만에 전투기를 판매하는 것은 1992년 이후 28년 만의 일입니다. 이 거래는 작년 8월에 사실상 확정되었던 것인데, 앞으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전망입니다. 특히 대만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2016년이래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고, 거기에 비례하여 미중 간 힘대결도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남중국해, 대만해협, 한국의 서해 등을 대상으로 무력시위를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중국은 대만에게 홍콩이나 마카오와 같은 일국양제를 수용하라고 압박하지만 대만이 거부함에 따라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만은 2018년 6월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상한 대규모 방어훈련을 실시했고, 금년 7월에도 전투기, 헬기, 대포 미사일 들을 동원한 실전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훈련 도중에 헬기 하나가 추락하여 두 명의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지만, 대만은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미국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지켜낸다는 각오 하에 방어훈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이런 반발에 대해 중국군의 고위자들이 “개미 한 마리가 나무를 흔들려 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대만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했고, 실제로도 무력시위를 반복해왔습니다. 2019년 8월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육해공군과 로켓부대와 전략지원부대까지 모두 참가하고 5개 전구(戰區)의 병력들이 동원된 대규모 기동훈련을 수주일 동안 실시했습니다.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고사(枯死) 작전도 강화했습니다. 중국이 자금력을 앞세우고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국가들에게 대만과 단교할 것을 요구하면서 2019년에 키리바티, 솔로몬제도 등을 포함한 4개 국이 대만과 단교하여 이제 대만의 수교국은 15개 나라뿐입니다.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이 재산된 직후인 금년 2월에도 대만해협과 서태평양에서 대대적인 비행훈련을 실시했고,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 임기가 시작되는 5월 20일에 맞추어 보하이(渤澥)만에서 대만해협에 이르는 해역에서 11주에 걸친 실전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대만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미국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2018년 7월 미국은 7함대 소속 벤폴트함을 보내 대만해협을 통과하게 했는데, 미국 군함이 이 해협을 통과한 것은 2007년 항모 키티호크함 이후 11년 만이었습니다. 2019년 동안 미국 군함들은 10회에 걸쳐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2020년에 들어와서도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는 무력시위를 할때마다 예외없이 군용기나 군함을 대만해협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는 데에는 두 가지의 큰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중국의 팽창주의적 대외정책입니다. 중국이 기존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면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의 내해화를 시도하면서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마카오와 홍콩입니다. 오랫동안 포르투갈과 영국이 지배해왔던 마카오와 홍콩은 일국양제 약속 하에 중국에 반환되었지만 중국은 약속을 깨고 중국체제로 흡수하는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특히, 금년에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고 현 체제의 유지를 주장하는 홍콩인들을 탄압하면서 2천 4백만 대만 국민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했습니다.
현재 치이잉원 정부는 ‘평화, 대등, 대화, 민주’라는 양안관계 4대 원칙을 주장하면서 중국에 맞서고 있습니다. ‘평화’란 중국이 무력위협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고, ‘대등’이란 상호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대화’란 평화적으로 미래 양국관계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민주’란 대만의 미래는 대만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함께 차이잉원 정부는 2020년 국방비를 작년 대비 10%를 인상하고 방어훈련과 함께 군 쇄신, 무기구입, 예비군 강화 등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번 F-16V 전투기 구입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F-16 바이퍼는 F-16의 최신 개량 모델로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지상충돌방지장치(Auto GCAS), 정밀 위성항법장치(GPS), 최신 사격통제장치(APG-83) 등 최신 기술들이 적용된 기종입니다. 이 거래에 대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판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만해협의 파고가 얼마나 더 높아질지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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