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중간 반도체 전쟁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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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전쟁이 뜨겁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2017년부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무역 이외에도 군사, 정치, 기술, 정보 등 다방면에서 격렬한 대결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면서부터 곳곳에서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미국과 대립과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것인데 정보, 통신, 반도체 등을 둘러싼 대결도 무기경쟁 못지않게 뜨겁습니다.

미국이 중국 굴지의 통신장비 제조 기업인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지난 8월에도 미국은 추가 제제를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전 세계 21개국에 있는 38개의 화웨이 계열사와 조립회사 네 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하여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화웨이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입니다. 이 조치에 따라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152개로 늘어났습니다. 화웨이는 중국이 시작한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이며, 전 세계에 통신장비들을 공급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세계 2위로 부상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 정부 및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공산당 정부가 화웨이를 통해 전 세계의 각종 정보를 훔치거나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화웨이가 공급한 통신장비들이 백도어 프로그램을 감추고 있어서 구입한 나라들의 정보가 불법적으로 빠져나간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으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5G 장비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나라들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은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여 화웨이에 공급하는 중국 기업 SMIC를 규제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사용되는 많은 반도체나 통신장비들에는 미국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SMIC가 화웨이에게 반도체를 공급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며 이유는 역시 중국군이 이 회사의 배후에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화웨이는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로부터도 반도체를 공급받아 왔지만, 현재는 TSMC도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여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은 상태입니다. 화웨이로서는 우회로가 막힌 상태입니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는 앞으로 최신 통신중계기 등 5G 장비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부품들을 공급받기가 어려워집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미국은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구에 대한 인권 침해와 관련된 중국 기업 11곳을 제재대상으로 추가했는데, 이로써 위구르 소수민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중국 기업은 48개로 늘어났습니다. 미국 상부무가 밝힌 이유는 이들 기업이 "위구르족을 포함한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과 구금, 강제노동, 비자발적 생체정보 수집, 유전자 분석 등을 실행하는 과정에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들 기업도 미국 회사와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들은 5G 산업의 발전을 통해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강국,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중국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전쟁은 빙산의 일각인 것 같습니다. 중국은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했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강력한 통제와 지원으로 저렴한 노동력과 개방된 세계시장을 활용하여 중국을 세계의 생산기지로 발전시키고 세계 최대 교역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즉 인권을 존중하고 반대의견들을 수용∙조정하는 복잡한 절차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 월등하게 유리한 조건에서 원하는 산업을 키우면서 경제 덩치를 키우고 정부의 부를 축적해왔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축적된 부와 기술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기존의 세계질서를 흔들면서 주변국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위협세력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현재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런 우려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양 대국 간에는 군사, 무역, 경제, 정보, 기술, 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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