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지구종말 90초 전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3.03.01
[김태우] 지구종말 90초 전 1월 24일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공개된 '지구 종말의 날 시계'가 자정까지 90초 전을 가르키고 있다.
/AP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지난 1 24일 지구종말시계가 자정 90초 전으로 당겨졌습니다.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란 아인슈타인 등 일단의 과학자들이 핵전쟁으로 인한 종말을 경고하기 위해 제작한 상징물로서 1947년 미국핵과학자회(BAS)의 학술지에 자정 7분 전을 가리키는 시계를 게재한 것이 효시였습니다. 이후 미국과학자협회는 자정을 종말 시점으로 가정하고 위기의 정도에 따라 시계바늘을 조정해 왔습니다. 1949년 소련이 핵실험을 하자 바늘은 자정 전 3분을 가리켰고, 핵군비통제 조약들이 성사되거나 평화가 진전되었을 때에는 시계바늘을 뒤로 돌렸습니다. 2021년에는 북핵 문제, 이란의 핵무장 행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등으로 100초 전까지 앞당겨졌는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푸틴 대통령의 핵사용 위협, 중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대만 침공 가능성, 북한의 핵사용 위협,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설 등으로 인해 10초가 더 앞당겨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시계바늘을 더욱 앞당기는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43회에 걸쳐 총 103발의 미사일을 쏜 북한은 올해에도 핵위협과 미사일 광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모든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돌리는 적반하장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작년에 핵사용 전략을 법제화하고 전술핵 실전배치를 예고했고, 금년 2 8일에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통해 엄청난 무력시위를 강행했습니다. KN-23,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화성17 ICBM 등 핵탑재용 무기들을 다시 과시했고, 사상 최초로전술핵 운용부대를 선보였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제8기 제3차 중앙군사위에서 전술핵 운용부대의 존재를 공개했고, 9~10월 한미 연합훈련시에는 전술핵 운용 훈련을 실시했으며, 금년 2 6일 제8기 제4차 중앙군사위를 통해서는 핵운용을 관장하는미사일 총국의 존재를 선포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 때문에 한국에서 핵무장을 하자는 여론이 80%에 육박하는 것이나 한미 양국이 핵우산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2 17일 한국 국방부는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을 포함한 '자유의 방패(FS)' 연합훈련을 3월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북한은 그 다음날인 2 18일 화성15 ICBM을 발사하고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행동에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즉각 미 전략폭격기 B-1B F-16 그리고 한국 공군의 F-35A, F-15K 10여 대의 공군기를 동원하여 타격훈련을 벌이자 북한은 다음날인 2 20일 또다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그러자 한 3국은 동해에서 이지스구축함들을 동원하여 가상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해 공유하고 미국이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한미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2 22일 워싱턴에서 제8차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즉 핵우산 도상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 작동 절차를 한국 측이 참관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던 종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핵우산 작동 절차와 과정을 한미 참가자들이 공유하면서 수행한 것입니다. 이어서 한국 대표단은 조지아주 킹스베이로 가서 전략잠수함 웨스트버지니아함에 승선하여 북한 핵도발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확인했습니다. 배수량 1 9천 톤의 웨스트버지니아함은 미국이 보유한 18척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의 하나로서 24기의 트라이던트-2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각 미사일은 475 kt 핵탄두 12개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 하나에 10개의 핵탄두를 장착한다고 가정하면 이 잠수함 한척으로 히로시마 원폭의 30배 위력의 핵탄두 240개를 세계 각지로 날려 보낼 수 있으며, 전체 파괴력은 114mt으로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사용된 모든 폭발물의 14배에 이릅니다. 미국은 이런 가공할 힘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의 종말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식량난이나 민생문제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핵무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긴장을 조성하고는 거기에 대처하는 한미 양국의 억제조치들을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는 적반하장식 주장에는 할 말을 잊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와 교류하면서 무역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어온 한국이 북침전쟁을 획책한다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순간에도 지구종말시계는 자정을 향해 째깍거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계침을 움직이는 주역은 북한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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