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물꼬 터진 한일관계 정상화와 역사의 아이러니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3.03.22
[김태우] 물꼬 터진 한일관계 정상화와 역사의 아이러니 지난 16일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3 16~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로 호칭했고 이어서 3 6일에는 한국의 박진 외교장관이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향한 한일 협력을 강조하면서, 일제 강점기 시대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의 가해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 2018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 의무가 종료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일관계는 요동쳤습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들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고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선언하면서 양국 관계는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결국 한국이 협정 파기를 보류함으로써 파국을 피했지만, 강제징용 배상을 둘러싼 냉기류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해법을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해법의 핵심은 한국기업들이 출연하는일제 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을 만들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 일본은 식민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방했던 1998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밝히는 것,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를 통해 양국 기업들이 출연하는미래청년재단을 만들어 양국 청년들을 육성하는 것 등입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환영을 표방함에 따라 정상회담이 급속 추진되었습니다. 이것이 한국 대통령이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배경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정상회담에서는 많은 합의들이 이루어졌습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계승을 약속하고 한국은 강제징용 피고기업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 한일 안보대화 및 차관급 전략대화 재개, 국가안보회의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 등을 합의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은 국제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한 것을 철회하기로 했으며, 양국 기업들이 출연하는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양국 간 셔틀외교 재개와 적절한 시기 기시다 총리의 방한도 합의되었습니다. 한일 양국의 관계개선 행보에 대해 서방국가들은 크게 환영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독일, 튀르키예 등이 직접 환영을 표했고 특히 미국은 이를 계기로 한··일 삼국 간 안보협력에 큰 기대감을 표방했습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이러한 변화를 부추긴 최대 변수는 북핵과 중국의 위협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물론 한일 간에는 미결 현안들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이후 일본에서는 침략사에 대해 이미 충분히 사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일본이 영유권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는 독도 문제, 종군 위안부 문제 등이 미결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왜 가해자인 일본기업들이 직접 배상하지 않는가”, “왜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사과가 없는가”,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등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반일감정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도 있습니다. 이것들이 양국 정부의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중에도 양국 정부나 국민 모두가 미래를 향한 관계개선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으며, 그래서 양국이 관계개선의 걸림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한일 관계개선과 관련한 최대의 역설은 한일 안보협력을 극구 반대하는 나라들인 북한과 중국의 무지막지한 핵무력 증강과 위협적인 팽창주의 행보가 일본의 재무장을 촉발하고 한일 및 한··일 관계를 군사동맹으로 내몰고 있는 최대 변수라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작년 한해에만 43차례에 걸쳐 103기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금년에도 8차례에 걸쳐 16기의 미사일들을 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용기들은 매년 100차례 이상, 한일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구역을 침범하여 양국을 이간시키고 있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북핵 제재 결의를 저지하면서 북핵을 비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한일 및 한일 안보협력에 한사코 반대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