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극초음속 무기개발 경쟁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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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대국들 간의 극초음속 무기 경쟁이 뜨겁습니다. 극초음속 무기라 함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과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가리킵니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운반로켓에서 분리 발사되어 자체에 장착된 렘제트 엔진이나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목표물을 향해 고속 비행하는 것이며, 극초음속 활공체란 운반 로켓에서 분리된 이후 목표물을 향해 초고속으로 활공하는 비행체를 말합니다. 이런 비행체들은 저고도에서도 초고속으로 날며 방향을 바꾸면서 복잡한 궤적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추적과 요격(tracking and intercepting)이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러시아, 중국, 미국 등이 이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여 경쟁하고 있으며,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등도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차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우 1980년대부터 개념연구를 하다가 2019년 12월에 아방가드(Avangard) 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본격화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이 루마니아, 폴란드 등에 미사일방어 체계를 배치한 것을 기화로 이를 무력화하는 공격무기들을 개발하겠다고 천명했었고, 실제로 2018년 3월 1일 푸틴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신무기들을 개발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사정거리가 무한대인 핵추진 대륙간순항미사일, 역시 사정거리가 무한대인 핵추진 수중 어뢰, 사거리 2,000km에 음속 5배의 속도를 가진 킨잘(Kinzhal) 순항미사일, 사거리 18,000km의 차세대 대륙간탄도탄, 극초음속 중거리 아방가드(Avangard) 미사일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킨잘(Kinzhal) 미사일은 2017년부터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방가드는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한 최대 속도 음속 27배에 사거리 6,000km인 미사일인데 당연히 대륙간탄도탄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어떠한 방어체계도 2메가톤의 핵탄두를 싣고 급격한 변칙기동을 하는 아방가드를 요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2014년부터 극초음속 활공체 시험을 반복하다가 2018년 8월에 Xingkong(星空)-2라고 명명된 극초음속 활공체의 시험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 활공체는 미사일 본체에서 분리되어 음속 6배의 속도로 아래 위와 좌우로 방향을 바꾸면서 성층권을 활공했습니다. 2019년 10월 1일 건국기념일 군사퍼레이드에서는 극초음속 활공체를 장착한 DF-17 미사일을 선보였는데, 이는 중국이 이미 이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일본도 2019년부터 극초음속 활공체(HVGP)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즉, 음속 5배의 속도로 적 항공모함의 갑판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미사일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이런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일중 간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센카쿠 열도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전 배치되면 중국의 항모들에게 상당한 견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재래식 신속 글로벌 타격(CPGS) 계획을 추진하다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자극을 받아 극초음속 활공체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육군이 사용할 첨단 신속타격 무기(CPS), 해군에 배치될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공군의 공중신속대응무기(ARRW)와 극초음속 공중전술활공체(HAWC) 등이 2028년까지 개발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별도로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체계(HMD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 공중발사레이저무기(ABL) 등을 개발할 예정이며, 기존의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의 숫자를 늘리고 다중 요격이 가능하도록 성능도 개량할 예정입니다. 하와이의 미사일방어시험센터에 대한 방어도 증강할 계획인데, 이는 북한 미사일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지와 계획은 2019년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사일방어검토서(MDR)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군비통제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신무기 야망이 촉발한 극초음속 무기 경쟁이 전략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핵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무력 증강, 이란 핵합의의 파기 등으로 핵위협이 가중된 상황에서 극초음속 무기 경쟁까지 가세한다면 인류에 대한 핵위협은 한층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2021년에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연장을 통해 극초음속 무기 경쟁을 진정시키고 신뢰구축 조치들을 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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