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샹그릴라 대화와 중국 국방장관의 포효(咆哮)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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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대화 (Asia Security Summit; 일명 샹그릴라 대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샹그릴라 대화는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주최하는 다자 안보회의인데 여기에는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국방장관들도 참석하기 때문에 매우 비중이 큰 안보협의체로 평가받습니다. 지난 6월 1~2일 개최된 제18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신냉전의 두 주역인 미국과 중국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그 중에서도 중국의 웨이펑허(魏鳳和) 국방장관이 기조연설과 언론답변을 통해 미국과 대만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하여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6월 2일 웨이 장관의 기조연설을 압축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대만 및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말과 행동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최근 무분별하게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국의 역사, 문화, 정책 등을 오해한 것이 한 원인이지만 이보다는 편견과 숨겨진 속셈(hidden agenda)이 더 큰 원인이다.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그 누구를 위협하지 않고, 패권이나 영향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힘을 앞세우고 패권을 추구해온 과거 강대국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군사전략은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에 기초하지만 공격을 받으면 반격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누구에게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다른 나라가 문제를 일으키면 두려워하지 않고 대적할 것이다. 누구든 선을 넘는다면 인민해방군은 단호한 행동으로 적들을 물리칠 것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을 겁박하거나 약탈한(bully or prey on) 적이 없지만, 다른 나라가 중국을 겁박하거나 약탈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대만을 분리 독립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단호하게 싸울 것이다. 대만의 민진당 정부는 중국의 분열을 시도하지 않아야 하고, 외세개입은 반드시 실패로 끝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이 남중국해 섬들에 군사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위협에 대비하는 합당한 주권행사이다. 미중 관계에 있어서의 교훈은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고 대립하면 둘다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갈등과 대립을 피하고 상호 존중과 윈윈 협력을 통해 미중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

이상의 연설 내용은 한 마디로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 중국군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지 말라는 것, 대만이 독립을 시도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것, 미국이 벌이고 있는 대중국 무역전쟁이 부당하는 것 등으로 압축될 수 있으며, 곳곳에 중국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이 표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 많고 매우 위협적인 것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을 남중국해의 안정을 위협하는 외부세력으로 지목하지만, 지금까지 남중국해는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질서 하에서 모든 나라들에게 평화롭게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구단선이라는 것을 긋고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야기하면서 곳곳에 인공섬을 만들어 남중국해의 80%를 중국의 바다로 주장하여 분란을 시작한 것은 중국이었습니다. 즉 기존 질서를 중국 중심적 질서로 재편하고자 시도하는 쪽은 중국입니다. 무역분쟁도 그렇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서 수십년 동안 무역적자를 보면서 중국의 제조업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 주었으며, 2018년 무역적자가 3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무한정 수용할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대북 제재를 풀자는 말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입니다. 한국 역시 대북제재를 풀기를 원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없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용인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을 겁박하거나 약탈한 적이 없다는 말도 사실과 다릅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중국대륙부터 침략을 받은 것은 900회가 넘으며, 중국이 티베트를 합병한 사실이나 베트남에게 교훈을 주겠다며 전쟁을 일으킨 사실 등은 엄연한 역사입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 미국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중국의 위협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연히, 중국은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샹그릴라 대화에서의 중국 국방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주변국들을 향한 강력한 포효였습니다. 웨이 장관이 연설문에서 화합, 개방, 포용 등의 표현들을 사용했지만 연설의 내용은 그런 것과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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