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이 쏜 다섯 가지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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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북한이 5월 26일부터 6월 초까지 마치 5종 경기를 하듯 다섯 가지 폭탄을 쏘았습니다. 한국을 향해 말폭탄을 쏘았고, 제2호 군사정찰위성을 쏘았으며, 각종 쓰레기를 담은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습니다. GPS 교란 전파도 쏘았습니다. 그러고는 단거리 미사일을 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말폭탄은 5월 26일 국방성 담화로 시작되었습니다. 한미군의 공중 정찰 및 북방한계선 해역의 순찰을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인 정탐 행위”라고 하면서 "해상 주권이 계속 침해당하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어느 순간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정식 경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는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을 비난하면서 “우리도 오물짝들을 한국으로 살포하겠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말입니다. 74년 전 기습 남침을 한 것도 북한이었고 그 후에 수많은 군사도발을 해온 것도 북한이었는데, 한미군이 공중정찰과 해상순찰을 하면서 북한군의 동태를 감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 한국은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님을 잘 아는 북한에게 감시정찰은 사실상 필요가 없으며, 그래서 지금까지 휴전선 상공에 첨단 감시정찰기들을 운용해온 것은 남쪽이었지 북쪽은 아니었습니다.

다음날인 5월 27일 밤 북한은 평안북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작년에 세 번의 발사 시도 끝에 11월 21일 제1차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지구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했는데, 6개월 만에 제2호기 정찰위성 발사에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정찰위성을 실은 로켓은 발사 2분 후 공중에서 폭발했고, 북한의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이 28일 새벽 "신형 위성운반 로켓이 1단 비행 중 공중 폭발했다"면서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그러고는 엉뚱한 곳을 향해 분풀이를 하듯 남쪽을 향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습니다. 한국 곳곳에는 쓰레기와 담배꽁초 그리고 가축의 분뇨를 가득 채운 포대를 단 대형 풍선들이 떨어졌고 차량 파괴, 오물 확산 등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대북 삐라 살포를 국민의 알 권리라고 한다면, 북한 인민도 그런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과 북의 풍선 날리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유민주국가인 한국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함부로 단속하지 못하지만,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북한에서 인민이 자유의사로 풍선을 날렸다는 말은 믿기 어렵습니다. 또한 북쪽으로 날려 보내는 한국의 풍선은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보내는 것으로서 달러 지폐, 감기약, 마스크 등 사람이 사용하는 물품들이 들어있으며, 북한처럼 쓰레기와 분뇨를 넣어 날려 보내지는 않습니다. 아마 북한 인민들 스스로도 창피스럽게 생각할 일입니다.

네 번째로 쏜 것은 GPS 교란 전파였습니다. 북한은 5월 29일 새벽부터 수일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에서 남쪽으로 GPS 교란전파를 발사하여 한국 어선들과 민간 선박들에게 위치정보 오류 등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은 위성을 쏘고 오물풍선에다 GPS 교란 전파까지 쏘고는 5월 30일에는 동해쪽으로 탄도미사일 18기를 무더기로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전술핵 발사용이라고 자랑해온 초대형 방사포로 쏜 것인데, 이는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핵위협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행동은 결국 스스로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입니다. 북한의 5종 도발이 한창이던 5월 29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Roger Wicker) 의원은 대북 억제를 위해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고, 나토(NATO) 방식의 한미 핵공유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계속해서 미 본토와 인도·태평양 동맹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는데, 이 소식에 한국의 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쪽을 향해 핵위협을 가할수록 전술핵이 들어오거나 한국의 핵무장을 재촉하게 된다는 사실을 북한이 유념해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