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8회 스웨덴 영화제와 부산스웨덴병원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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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제8회 스웨덴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이 주최하는 영화제 중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번 스웨덴 영화제는 서울, 부산, 광주, 인천, 대구 등 한국의 5대 도시에서 열려 여덟 편의 스웨덴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제8회 영화제는 한국과 스웨덴 간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서 6•25 전쟁으로 맺어진 두 나라 간의 소중한 인연을 다룬 영화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이 상영되어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스웨덴 영화제는 2006년 11월 26~28일 서울의 동숭아트센터에서 제1회가 열린 이후 한국과 북유럽 간의 문화교류 차원에서 개최되어 왔고 작년 제7회 스웨덴 영화제는 스웨덴 출신의 유명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치러졌습니다.

이번에 특별 상영된 스웨덴 영화 '한국전과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제작업체인 ‘아카필름’이 5년에 걸쳐 제작하여 한국에서 상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1950년에서 1957년까지 부산에서 운영된 스웨덴 야전병원인 ‘부산스웨덴병원’ 즉 한국인들이 ‘서전병원’이라고 불렀던 이 병원이 유엔군, 피란민, 부산시민 등을 치료해주었던 이야기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을 총지휘한 사람은 스웨덴-한국협회장인 라스 프르스크 씨였습니다. 프르스크 씨는 2004~2006년 스웨덴군의 2성 장군으로서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근무했는데 이때 서전병원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명받아 예편 후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선 인물입니다.

영화는 스웨덴에서 민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150명의 의료진들이 항공편과 선박을 통해 한 달이 걸려 1950년 9월 23일 부산항에 도착하여 의료활동을 개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아직 생존 중인 당시 스웨덴 의료진과 생존중인 한국 환자들 간의 감격스러운 상봉을 담아내고 있는데 당시 이들의 인술로 생명을 건진 부산 시민 6명이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당시를 기억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장면들은 무척 감동적입니다. 그 중에는 부산으로 피란을 와서 결핵에 시달리며 서전병원에서 두 달간 치료를 받았는데 완치 이전에 스웨덴 의료진이 철수했지만 이후에 스웨덴 군의관이 1년간 약을 보내주어서 완치할 수 있었던 78세 조군자 씨 이야기, 골수염으로 다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에서 서전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다리를 고치고 배구선수가 되었던 사람의 이야기 등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보’라는 환자의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입니다. ‘사보’란 1953년 당시 부산에 살고 있던 5살짜리 소년인데 트럭에 치여 한쪽 다리가 잘리고 사경을 헤매다 서전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살아난 현재 70대 중반의 박모 씨를 말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스웨덴 제작진은 자신들이 ‘사보’라고 불렀던 소년을 찾느라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는 ‘사보’의 인터뷰로 끝이 납니다.

돌이켜 보건대 6•25 전쟁은 쌍방 간에 숱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민족사의 비극이었지만, 많은 나라들이 한국을 도와준 훈훈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전쟁 도발국인 북한을 도운 나라들도 있습니다. 중국과 당시 소련은 군대를 파견했고, 의료지원국은 체코슬로바키아, 동독,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5개국이었습니다. 한국을 도와준 나라는 군대를 파견해 준 미국 등 16개국, 물자지원국 및 전후복구 지원국 39개국, 의료지원국 6개국 등 도합 63개국에 달했습니다. 의료지원을 제공한 나라는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독일 등 6개국이었습니다. 독일의 경우 전쟁이 끝난 1954년부터 의료진을 파견한 경우여서 의료지원국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전쟁 후 수많은 전상자 및 피란민들을 치료해준 것을 인정하여 나중에 의료지원국으로 추가 지정되었습니다.

스웨덴은 이중에서 가장 먼저 의료진을 보내준 나라였습니다. 부산스웨덴병원은 1950년 9월에서 1957년 3월까지 6년 6개월 간 의사, 간호사, 위생병, 운전사 등 연인원 1,124명을 파견하여 전쟁 중과 전쟁 후에 200만 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의료의 손길을 베풀었으며, 그래서 부산시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에는 이를 기념하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땅의 자유를 지켜 주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우방국 형제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습니다. 인도주의 정신으로 의료지원을 베풀어준 부산스웨덴병원도 한국인들의 뇌리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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