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중 정상회담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21.11.24

지난 11월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물론, 두 지도자가 직접 만난 것이 아니라 화상으로 2시간 20분 동안 대화한 것이었지만 그동안 통상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인권 문제 등으로 두 나라가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던 중인데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회담 전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우리가 오랜 친구인 만큼 솔직한 대화를 나누겠다”는 덕담을 나누었는데,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 및 부통령 시절 중국과 많은 교류를 했던 정치지도자입니다.

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는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 문제 등 다양한 의제들을 거론하면서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중국공산당 자매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신문인 글로벌타임스는 16일자 사설을 통해 양국 지도자가 양국간 현안을 포함하여 기본적인 전략문제에 대해서까지 솔직한 대화를 나눈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회담 후 미국이 내놓은 성명서에도 거친 표현들이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기술 봉쇄, 경제제재, 대중 포위망 강화 등 이성적 범위를 벗어난 대결 정책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두 나라가 이견을 조정하고 긴장을 완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까지 왔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담이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는 점에서는 부정평가도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등에서의 중국 공산당의 인권탄압 문제를 거론했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국제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로 중국이 추진하는 새 국제 질서의 폐쇄성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국제 책무는 협력해 나가야 하지만 내정은 각국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면서 변하지 않은 중국의 입장을 언급했습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환경 등 공통의 문제점에 있어서는 협력하겠지만, 대만 문제나 인권 문제는 중국 내부의 문제이므로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반복한 것입니다.

특히, 국제사회는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 타결책이 나올 것인지 주목했지만, 이 문제 역시 양국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봉합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세력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만 대만해협에서의 어떠한 현상변경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보고 있는 시진핑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대만을 건드리는 것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백악관은 회담 후 내놓은 성명서에서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지만, 대만해협에 대한 현상 변경이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만관계법과 8·17공보를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1979년에 제정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교 중국과 수교하면서도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군사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8·17공보는 1982년 8월 17일 레이건 대통령이 대만에 판매하는 무기의 성능과 수량을 당시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한 약속을 말합니다. 요컨대, 미국의 입장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을 반박하지는 않지만,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나 통일 시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만 문제에 있어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회담 직후에 일어난 일들도 그렇습니다. 미국이 11월 22일부터 대만과 ‘경제번영파트너쉽대화’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대만과 고위급 경제대화를 가지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고, 미 국무부는 회담 직후인 11월 16일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 해역에서 중국 해양경비대 함정들이 필리핀의 군용물자 보급선들에게 물대포 공격을 한 것을 비난했습니다. 국무부는 “이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동에 반대한다”면서 필리핀을 지지한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세컨드 토마스 암초는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있습니다. 그래서 필리핀은 중국 해경의 난폭한 행동에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문제가 없었던 남중국해가 시끄러워진 것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구단선이라는 것을 그어 남중국해의 90%를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여 남중국해 주변국들과 해양분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더라도 한두 번의 미∙중 정상회담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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