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밤 북한이 세 번째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에 군사정찰위성을 쏘았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5월 31일에 쏜 발사체는 200km 비행 후 서해에 추락했고, 8월 24일에 쏜 것도 3단계 비행 중에 비상폭발체계 오류로 실패했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지난 10월 21일에는 11월 22일에서 12월 1일 사이에 군사정찰위성을 쏘겠다고 일본에 통보하고 낙하물 추락 예상 수역 세 곳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하고선 발표 당일 즉 21일 밤 10시 40분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를 강행했습니다. 낙하물 추락 예상 수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기습 발사였습니다. 다음날인 22일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은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 참관한 후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방문하여 관계관들을 격려하고 “이제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 자리에서 만리경 1호가 찍은 괌의 미군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의 해군기지 사진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발사를 통해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결의 1695, 1874, 2087호 등을 또다시 무시했고,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의 일체의 적대행위를 상호 중단하기로 했던 2018년 9·19 군사합의도 거듭 유린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22일 한국군의 공중정찰 활동을 제한하는 군사합의 제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북한의 합의 준수를 기대하면서 폐기가 아닌 일부 효력정지를 결정한 것입니다. 그러자 북한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23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곧이어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현 정세를 통제불능의 국면으로 몰아간 저들의 무책임하고 엄중한 군사도발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군사분계선 지역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 배치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물론, 군사합의 폐기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는 북한의 적반하장식 주장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매번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북한이 군사합의를 일상으로 위반하고 있는데 대해 진저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2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은 북한의 위반 횟수가 3,600회에 이른다고 답하면서 합의의 효력정지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5년간 북한은 해안포 사격, 휴전선 감시초소 총격, 무인기 침투, 미사일 발사 등을 수십 차례나 반복했습니다. 2022년에만 103발의 미사일을 쏘았고, 2023년에도 지금까지 약 55발의 미사일 또는 발사체를 쏘았습니다. 해안포를 개방한 횟수는 3,400회나 됩니다. 이것들을 합치면 3600회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백령도와 연평도에 주둔한 한국 해병대는 합의를 준수하느라고 현지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지 못하고 무거운 포들을 배에 실어 육지로 옮겨서 훈련을 해왔는데, 운송비만 100억 원 이상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북한이 전면 파기를 선언한 이상 한국도 미련을 버리고 정식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공중 감시정찰 재개, 군사훈련 복원, 휴전선 감시초소 추가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1991년 12월 남북이 서명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대한 정식 폐기 절차를 밟으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에 핵독트린까지 갖춘 핵보유국이 된 마당에 한국이 ‘농축 재처리 상호 금지’와 ‘상호 핵무기 생산 금지’에 합의했던 공동선언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너무 우습다는 지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정식 폐기함으로써 주권적 결정과 동맹협의에 따라 한국도 언제든 농축·재처리 활동과 핵무장에 나설 수 있음을 내외에 선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돌이켜 보면 역시 북한은 기만과 기습에 강했고 선전에 능했습니다. 기습적인 정찰위성 발사, 선전, 기습적인 군사합의 파기 선언, 파기에 대한 책임 전가, 대남 협박 등을 사전에 짜인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처럼 전광석화처럼 이어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 정찰위성의 성능을 확인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미 우주군사령부는 이 위성이 하루에 15회 정도 지구를 돌면서 매일 한반도 상공을 2~4회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상과의 교신 능력, 정찰위성의 해상도 등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 우주군은 앞으로 이 위성에 고유번호를 붙이고 24시간 궤적을 추적하게 될 것인데, 우주군이 이런 위성을 무력화하는 대위성무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주장대로 유사시에 실제로 만리를 굽어보는 눈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습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