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진주만 공습과 태평양전쟁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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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그러니까 한국 시간으로는 12월 8일입니다. 이 날은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함으로써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지 78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새벽 6척의 항공모함과 함재기 414대 그리고 기타 함정 26척 등 총 32척으로 구성된 일본 기동함대의 공격으로 미국은 전함 7척 침몰, 12척 대파, 항공기 347대 파괴 등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2,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930년 당시 일본은 아시아의 새로운 군사강국이었습니다. 일본은 1931년 만주를 점령하고 여세를 몰아 1937년 중국을 침략했습니다. 중국군은 곳곳에서 게릴라전으로 맞섰습니다. 중·일 전쟁이 장기전으로 변해가자 일본은 석유를 포함한 군수물자 부족으로 허덕이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석유가 많이 나는 인도차이나를 점령하려 했습니다. 이렇듯 군국주의 일본이 정신없이 침략전쟁을 벌이자 서방국가들은 ABCD 작전을 통해 일본을 견제했습니다. ABCD 작전이란 미국, 영국, 중국, 네들란드 등 네 나라가 일본의 무역로를 차단하고 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철 수출 금지, 석유 수출 금지, 자국 내 일본 자산 동결, 일본 선박의 파나마 운하 통과 거부 등의 제재를 취한 것을 말합니다. 일본은 진주만 공습을 결심합니다. 태평양의 미 해군력을 무력화시키면 동남아를 침공하고 자원을 수급하는데 장애물이 없을 것으로 본 것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진주만이 불탔던 12월 7일을 치욕의 날로 선포했고, 그로부터 3일 뒤 미국 의회는 일본에 대해 전쟁을 선포합니다. 진주만에서 미국 함대를 격파한 후 일본은 파죽지세로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으로 진격했습니다. 일본군이 필리핀을 침공하자 맥아더 장군은 호주로 피신해야 했습니다. 이어서 홍콩, 말레이지아 반도, 보르네오섬, 버마, 인도네시아, 미국령 괌과 웨이크 제도 등이 일본군의 수중에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하여 태평양 전쟁은 정점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의 승기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생산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공장들이 비행기와 군함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해군력도 급속도로 재건되었습니다. 진주만에서 파괴당한 전함들도 수리했습니다. 3만 7천톤 급 캘리포니아함, 3만 3천톤 급 웨스트버지니아함, 기뢰부설함 오글라라함 등은 침몰되었으나 인양하여 수리에 들어갔고, 파괴된 함정 12척은 모두 수리되어 다시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진주만 공습때 바다에 나가 있어서 화를 면했던 항공모함 3척은 곧바로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설욕의 기회는 반년만에 찾아왔습니다. 그것이 1942년 6월 4일에서 7일까지 태평양 한복판에서 치러진 미드웨이 해전이었습니다. 일본 해군은 이번에도 항모 4척을 포함한 대규모 전단을 이끌고 미군의 태평양 전초기지인 미드웨이로 향했습니다. 진주만에 있는 미군 항모들을 나오게 해서 격침시킴으로써 태평양에서의 미 해군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한 것입니다. 미군은 진주만 피습으로 많은 전함을 잃었지만 화를 면했던 항모 3척을 동원하여 전단을 꾸렸습니다. 일본군은 당시 세계 최강의 제로센 전투기에 역시 최강의 ‘롱 랜스’ 어뢰를 가지고 있었고, 전함의 함포 사거리도 미군보다 길었습니다. 한 마디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군은 정보능력의 우위를 이용하여 대승을 거둡니다. 미드웨이 해전은 미군이 태평양에서 거둔 첫 승리로서 미국은 항모 한 척을 잃었지만 일본 항모 4척을 침몰시켰습니다. 위세를 자랑하던 일본의 태평양 함대가 치명상을 입었고, 일본은 300여 대의 전투기와 수백 명의 최정예 조종사들을 잃었습니다. 이후 태평양전쟁의 전세는 완전히 미국 쪽으로 기울게 되고 결국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과 일본은 긴밀한 동맹국입니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일본은 급속히 성장하여 전쟁의 상흔을 딛고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독일도 그랬습니다. 나치 독일이 패망한 후 서독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가진 나라로 거듭났고 통일까지 이루었습니다. 오늘날 통일 독일은 유럽 최강의 선진국입니다. 반면, 세계 3위 및 4위의 경제대국이 된 일본과 독일과는 달리 사회주의 체제를 받아들여 소련의 위성국이 된 나라들은 하나같이 궁핍한 독재국가의 길을 걸었고, 1990년을 전후한 시점에 동구의 사회주의국가들은 모두 붕괴했습니다. 78년 전에 있었던 진주만 공습을 회상하면서 다시 한번 역사가 주는 교훈을 생각하게 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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