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민주주의 정상회의
2021.12.29
오늘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주최하여 12월 9일에서 10일까지 화상으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회의는 ‘세계 인권의 날’인 12월 10일에 맞추어 폐막되었는데 주제는 인권과 민주주의였습니다. 한국, 일본, 태국, 인도, 유럽연합, 캐나다 등 약 110개국의 정상들과 시민운동가들이 초청되었고, 유엔 사무총장과 약 50개국 대통령들이 직접 연설을 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포퓰리즘, 인종 차별주의, 극단주의 등 사회 통합과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사태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전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른 나라들이 민주주의 인재 양성, 자유선거, 민주제도 확립 등에 노력하도록 일본의 경험을 공유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층계급 출신으로 자유선거를 통해 2014년에 총리에 당선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랑하면서 이번 정상회의가 민주국들 간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화상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독재와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이룩해 낸 나라 즉 민주주의 가치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나라” 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홍콩의 민주인사 네이선 로 씨의 발언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점령당한 돈바스 지역과 크리미아 반도를 포함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에 대응할 것”이라고 하면서 러시아를 겨냥했습니다. 크리미아 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동부지역인 돈바스는 현재 친 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 반군의 통제 하에 있는데, 최근 러시아가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곳입니다. 중국이 일국양제 약속을 저버리고 홍콩을 직접 지배하려는 것에 반대하다가 탄압을 받아 영국에 망명 중인 네이선 로는 “정치인과 시민 지도자가 협력하여 홍콩의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비판했습니다.
이 회의 직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편 가르기를 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사실 인권탄압국, 권위주의 국가, 자유선거와 법치주의를 외면하는 나라들, 예를 들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은 애초부터 초청 대상국이 아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당선되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공약했었고, 지난 1월 취임 이래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었습니다. 이는 핵평화주의자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 후 핵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경위와 유사합니다. 핵안보 정상회의는 2010년, 2012년, 2014년 그리고 2016년 도합 네 차례 열렸는데, 핵보유국 또는 원자력을 운용하는 50여 개국 정상들이 모여 핵무기 물질의 안전한 관리와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벌인 사상 최대의 정상회의였습니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전체주의 국가들의 반민주·반인권 실태를 견제하는 회의였다면, 핵안보 정상회의는 북한의 핵무장과 이란의 핵개발 활동을 우려하여 열린 정상회의라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회의가 끝난 직후인 2016년 4월 북한 외무성은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핵위협 문제를 우리에게 전가시키는 반공화국 핵소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것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하여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강행해온 북한이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와 확산 방지를 위해 모인 정상들의 모임에 대해 내놓은 평가였습니다.
이번에 폐막된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민주주의 확산 및 인권 신장이라는 좋은 목표를 가지고 열린 정상회의였습니다. 10일 폐막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각국은 고유한 도전과제를 갖고 있지만, 민주주의에는 국경이 없다”고 했고 “모든 나라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지 않고 포용하며 인간의 잠재력이 분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에 정상들이 직접 만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을 약속하면서 “독재는 결코 자유의 불길을 꺼뜨리지 못한다”는 말로 회의를 종료했습니다. 내년에는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하는 정상회의가 열릴 것을 기대해 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