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시리아 내전 종식과 독재정권 붕괴

0:00 / 0:00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13년 동안 지속되던 시리아 내전이 끝났습니다. 시리아 반군이 11월 27일 북부 알레포 지역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공격을 개시한 지 불과 11일 만인 12월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함으로써 54년 동안 이어온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알아사드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망명했습니다.

분석가들은 이를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돕던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만인 2021년 8월 15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하고 20년 만에 재집권한 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러시아와 이란이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해주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로 시리아를 돌볼 여력이 없어지자 시리아 정부군이 순식간에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이로서 이란과 러시아는 중동에서 중대한 패배를 맞보아야 했고, 특히 시리아에 여러 개의 군사 기지를 운영하던 러시아는 이 기지들을 모두 잃고 자국군을 철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그동안 시리아내 러시아 해·공군 기지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여 각종 이권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용병들과 민간회사들에게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중간기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러시아에게는 꽤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리아의 장래가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시리아가 더 이상 피흘림 없이 단일 정부를 구성하여 평화를 구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리아는 알아사드 부자가 54년간 통치해온 독재국가였습니다.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는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여 공군사령관을 거쳐 국방장관에 올랐다가, 1970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1971년에 대통령직에 올랐고, 이후 30년 동안‘아랍의 비스마르크’로 불릴 정도로 가혹한 철권 통치를 펼치다가 2000년에 사망했는데, 그때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는 34세의 청년이었습니다. 시리아 의회는 대통령 출마 연령 요건을 34세로 낮추었고 아들 알아사드는 단독 출마하여 국민투표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이후 24년간 집권했습니다. 어느 곳이든 일당독재 체제하에서 권력을 세습하는 나라에서는 늘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다가 2011년부터 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내전이 시작된 것은 2010년 튀니지의 한 청년이 정부가 자신이 운영하던 노점상을 심하게 단속하자 자유를 외치면서 분신자살을 한 것이 민주화 바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이 자유의 바람은 튀니지와 리비아에서 정권을 무너뜨렸고, 이집트, 알제리, 모리타니, 차드, 나이지리아 등 많은 아랍권 국가들에 확산되어 민주화 시위를 촉발했습니다. 그러나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 아래 무자비하게 반대파들을 감금·고문하고 처형했고, 화학무기까지 사용하면서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했으며, 내전 동안 50만 명이 사망하고 2,300만 명 인구의 절반을 망명자 또는 난민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랬던 독재자가 지난 8일 반군이 다마스쿠스로 들어오자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도주한 것입니다. 시리아가 독재자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630만 명의 시리아인들도 환호했으며, 그중 많은 사람들이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리아의 해방으로 이제 북한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권력세습 국가가 되었으며, 창건 80년이 되어가는 조선노동당은 사회주의 정당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최고지도자의 절대권력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제도로 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쿠바도 62년 동안 형제가 권력을 세습하여 통치해온 나라였지만 더 이상은 아닙니다. 1959년 공산혁명으로 쿠바를 장악했던 피델 카스트로는 2008년 건강을 이유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이양한 뒤 2016년 사망했는데, 동생 카스트로는 5년간 쿠바를 통치하다가 2021년에 스스로 퇴임했던 것입니다. 쿠바는 지난 2월 14일 한국과 수교함으로써 이제 한국과 본격적인 교류를 위한 문을 열었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시리아의 장래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시리아 정부군을 패배시킨 반군세력은 다양한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축은 수니파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조직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과 또 다른 수니파인 시리아국가군(SNA)이지만, 쿠르드족 계열의 반

군단체 등 크고 작은 다른 반군 단체들도 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 무사히 단일 정부를 구성하게 될 지 아니면 이들 간에 또 다른 세력다툼이 발생할 지는 불확실하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세계인들은 시리아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개방된 나라가 되어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