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닮은 지도자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4.03.31

북한이 짐바브웨에 대통령 동상을 500만 달러에 세워주기로 한 계약이 언론에 공개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짐바브웨 무가베 대통령은 김일성주석과 친분이 매우 두터워 북한주민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일생은 김일성주석과 유사했습니다.

무가베대통령은 학생 때 흑인민족주의 운동에 참가했고 이후 짐바브웨 독립운동에 참가했으며 그로 인해 10년간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1980년 짐바브웨에서 사회주의계열의 무장단체를 이끌어 주민의 1%를 대표하는 백인 정권을 뒤집어엎고 흑인 정부를 세웠습니다. 초기에 무가베는 은코모가 이끄는 애국전선과 연정을 구성했고, 백인들의 정치참여도 보장하며 유화적인 정책을 취했으며 경제개발 정책을 성공시켜 흑인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1982년 은코모를 연정에서 축출하고, 다른 당들의 활동을 불법화했고 1당 독재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는 계획경제체제를 받아들이고 일당독재의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짐바브웨의 경제상황은 나날이 악화되었고 총 폭동까지 일어났습니다. 대통령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백인농장주의 땅을 무상 몰수하여 흑인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농민들은 땅을 분배받았지만 백인들의 소유였던 농장을 제대로 관리운영하지 못해 농업은 실패했고 주민의 절반이상이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2008년 실업률은 94%에 이르렀고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220만%에 이르러 2010년 계란 한 개가 3500억 짐바브웨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악성인플레로 미국 1달러가 200억 짐바브웨 달러로 거래되자 정부는 국내통화 사용을 금지했고 현재는 미국달러를 화폐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콜레라까지 퍼져 수천 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전락하였으나, 그와 그의 부인은 호화 생활을 하며 외국으로 많은 재산을 빼돌려 물의를 빚었습니다. 나라의 경제형편이 그토록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외동딸 결혼식에 500만 달러나 들였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나라의 재정이 부족해 공무원들의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형편에서 대통령의 봉급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비난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는 정치적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습니다. 때문에 무가베대통령은 해마다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세계 최악의 독재자 1위를 다투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가베는 정권을 양보하지 않았고 2013년 재집권하였습니다.

짐바브웨 주민의 평균 수명은 45살로 세계 211위이지만 현재 34년째 집권 중인 무가베 대통령은 금년에 90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은 김일성주석의 열렬한 숭배자입니다. 그는 1980년대 북한을 여러 번 방문했으며 그 후에 일반 지도자에서 유일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가베 대통령이 생일 90돌을 기념하여 동상을 제작하는 것도 북한을 모방했다고 합니다. 수도 하라레에 세워질 동상의 높이는 10미터로, 김일성주석 생일 60돌을 기념하여 세운 만수대 동상 20미터의 반 정도 크기입니다. 이 동상은 제작비가 350만 달러이며, 그의 고향에 건설하는 기념관에 세워질 소형 동상은 150만 달러라고 합니다.

무가베대통령은 이 동상제작을 북한에 의뢰했습니다. 만수대 동상을 비롯하여 북한 전역에 있는 3만개 넘는 대형 동상을 수십 년째 제작해 오고 있는 만수대창작사가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동상제작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가베 대통령이 북한의 많은 것을 모방했지만 그래도 모방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무가베 대통령에게는 권력을 이어받을 아들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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