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불법 어로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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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경수비대 대장 블라디미르 쿨리쇼프가 27일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러시아 해역에서 물고기를 잡다 붙잡혀 구금된 북한 어부는 모두 3천 700여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16척의 어선과 328척의 소형 선박이 단속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의 바닷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상당수는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전처럼 수산사업소에 다니면서 고기를 잡으면 배급을 타고 월급을 받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1990년대 국가경제가 파산하면서 수산사업소의 고깃배도 다 없어졌습니다. 주민들은 자체로 배와 어구를 마련해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습니다. 배와 어구를 마련하자면 목돈이 듭니다. 거기에 기름까지 사야 합니다.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지 못하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잃게 됩니다. 고기를 잡아야 들인 돈도 회수하고 집식구들이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바다에는 고기가 별로 없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너무 잡아내다보니 정착어족이 사라졌고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류가 변해서 이전에 철따라 들어오던 고기떼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다 북한은 중국에 돈을 받고 중국배들이 동해바다에서까지 고기를 잡도록 허락했습니다. 중국어민들이 현대적인 배와 어구를 가지고 고기를 싹쓸이해서 잡다보니 북한 어민들은 고기를 잡을 수 없습니다.

어획량은 나날이 줄어드는데 북한당국의 수탈은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고 그저 배를 등록하고 바다에 나갈 권한을 준 대가로 많은 돈을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고기만 잡을 수 있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가야할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불법으로 러시아와 일본 해역까지 가서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올해 러시아에서 단속된 어민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간 구금된 260명보다 14배나 많다고 합니다. 이 숫자는 최근 들어 북한 어민들의 생활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일본해역은 북한에서 매우 먼곳입니다. 북한고깃배는 대부분이 목선입니다. 작은 목선으로 그 먼곳까지 가다가 자칫하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일본 바닷가에는 해마다 100여 척 넘는 북한배가 떠내려 오는데 배를 탔던 사람들의 생사는 알 수 없습니다. 러시아해역은 일본보다 가깝지만 목선으로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어장에 들어가면 러시아 해병들의 단속이 대단히 심합니다.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북한 목선을 만나면 사람들은 잡아들이고 목선은 도끼로 다 파괴해버리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어부들은 어떻게 하나 배를 지키려고 러시아 해안경비대에 맞서 싸우다가 총에 맞아 사망하고 폭력을 행사한 죄로 징역형을 언도받기도 합니다. 단속된 어부들은 북한에서 데려갈 때까지 감방생활을 해야 합니다.

잡혔던 어민들은 북한으로 돌아와서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법을 어긴 죄로 취조를 받고 노동 단련대에서 몇 달씩 일해야 합니다. 북한지도부는 유일한 생존수단인 배와 어구를 잃고 살길이 막막해진 어민들의 고통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지도부는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산업을 발전시키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수산부문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고 물고기 잡이와 양어, 양식을 과학화하며 수산자원을 보호 증식시켜 수산업발전의 새 길을 열어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말뿐이고 모든 책임과 역할을 아래에 떠맡기고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목숨 걸고 바다에 나가고 있는 어민들을 외면하면서 인민생활 향상, 나라의 수산업발전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위선일 뿐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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