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세습제의 시원을 연 김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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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7월 8일 김일성 사망일을 맞으며 추모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민들에게 꽃 헌화를 요구한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주민들은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꽃을 마련하느라, 하루에 두 번씩 동상을 찾느라 고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진심으로 추모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 중에는 김일성 시대엔 배급도 받았고 무상치료와 무료교육도 실시되었으므로, 비록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면서 그 시기를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세뇌의 결과이며 북한을 오늘처럼 만든 근본 원인이 김일성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로 국가경제가 파산했습니다.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그 파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두 경제침체의 늪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웃나라인 중국은 두말할 것 없고 70년대 중반까지 전쟁을 치르느라 경제가 어려웠던 베트남(윁남)조차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4,500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2019년 국제기구에 보고한 1인당 국민소득은 1,500달러가 채 안됩니다. 2020년 이후 코로나로 북한 경제상황은 더 어려워져 아마 현재는 국민소득이 더 하락했을 것입니다.

북한이 이와 같은 침체와 낙후에 빠지게 된 원인을 북한지도부는 미국에 돌리고 있고, 주민들은 김정일이 정치를 잘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김일성입니다. 김정일을 후계자로 만든 사람이 김일성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사회주의 국가에서 장기집권은 전통이었습니다. 첫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의 스탈린이 사망 전까지 장기 집권을 하였고 중국의 모택동,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쿠바의 카스트로 등 모두 장기집권을 했습니다. 그러나 정권을 자식에게 물려준 예는 없었습니다.

국제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각 국가들은 그 속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살아남고 발전하려면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제때에 읽고 그에 맞는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일단 성인이 되면 잘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매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 시기 사회주의국가들은 장기집권을 당연시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고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패했습니다. 김일성도 만주에서 항일전을 벌일 때는 애국자였고 유격전을 능숙히 지휘한 뛰어난 전략가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전을 지휘할 능력이나 국가건설을 지도할 능력은 미흡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6.25전쟁 실패로 지도자가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집권 전통과 김일성의 변질로 북한 체제는 1인 독재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변해갔습니다.

김일성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동료들을 숙청했고 권력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장기집권에도 만족할 수 없어 대대손손 권력을 세습할 욕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968년에 수립한 당의 유일사상체계란 다름 아닌 권력을 영원히 자기 가문이 독점하기 위한 체계였습니다. 아버지에게 충성을 보인 덕에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한 김정일은 아버지의 체제를 지키는데 앞장섰고 따라서 그 체제의 변화를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김정은 역시 등장 초기에는 변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은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그 체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 북한이 반세기 전의 천리마 시대를 계속 소환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중국처럼 세습이 안 되었다면 등소평과 같은 인물이 나타나 북한을 바꾸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3대 세습도 모자라 4대 세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대째 내려오는 그 체제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권이 없고 가장 가난한 인민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김일성은 북한에서 세습제를 구축한 인물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