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과잉반응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4-12-2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소니픽쳐스가 제작한 영화 “더 인터뷰”가 미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동시에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물론 세계의 언론들이 이에 대해 크게 보도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들처럼 많은 돈을 투자해 만든 대작이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희극(코미디)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북한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방송대담 진행자인 데이비드와 연출가 에런은 천신만고 끝에 김정은의 인터뷰를 따내는데, CIA에서 이들에게 김정은 암살을 지시하여 고민 끝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에 들어가서는 암살이 아니라 김정은과의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인민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짓밟으며 호전적인 그의 본질을 주민들에게 알려주며 그 과정에 김정은이 사망하고 북한에는 새로운 정권이 수립됩니다.

북한은 이 영화의 상영을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6월 25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는 노골적인 테러 행위"이며 "전쟁행위와 같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어 "미 행정부가 '디 인터뷰' 상영을 묵인하거나 감싼다면 단호하고 무자비한 대응조치가 취해질 것"이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개봉이 박두한 시점에 소니회사에 대한 해킹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영화관들이 테러를 우려해 개봉을 취소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미국정부는 수사 끝에 사이버공격의 주체가 북한이라고 결론했습니다. 그러자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영화를 무조건 상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계획대로 영화상영이 시작된 것입니다. 영화 내용에 호기심을 가진 관객들과 표현 및 선택의 자유 지지자들이 몰려 상영 첫날 대부분 상영관에서 표가 매진됐습니다.

개봉된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고품격 정치 코미디"라는 의견에서 "그저 재미있고 웃기는 B급 영화"라는 견해까지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정상적으로 개봉했다면 잠깐 시끄럽다가 잊혀 졌을 이 영화는 개봉 전의 복잡한 싸움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했습니다. 이 영화를 상영시키지 않으려는 북한의 시도가 오히려 이 영화를 더 띄어준 모양이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북한은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라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렸습니다. 이번에 이 영화를 보러 나온 사람들 중에는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아티스트들을 지지하기 위해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예술·문화 작품에 대한 검열을 반대하고자” 왔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수령 1인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북한체제의 불합리성도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영화는 북한현실을 생동하게 그리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북한을 잘 아는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전혀 모르는 미국인들은 이 영화를 통해서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로 되었습니다. 이 영화사건은 최고지도자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내용이 포함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에서 토의되고 있는 때 터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인권문제를 더 강조하는 기회로 되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전에도 북한지도자가 나오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팀 아메리카”라는 미국영화에서 김정일이 등장했는데 물론 아름답게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북한은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영화를 허용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넘지 못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