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평양 통일정책의 급변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1.25
[란코프] 평양 통일정책의 급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사진)을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가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요즘에 북한 사상일꾼들, 특히 선전선동일꾼들은 심한 혼란에 빠졌을 겁니다. 혼란의 이유는 충분합니다. 지난 12월 말부터 북한 지도부는 수십년 동안 지켜 왔던 대남정책 노선을 완전히 포기하고 새로운 정치노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국가가 창립했을 때부터 북한은 공식적으로 한국이 독립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북한의 공식 입장은 대한민국 정권은 친미 괴뢰 위성 정권이며 북한이 조만간 남한을 해방시키고 민족통일을 이룰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군에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는 무력적화통일을 얘기했지만 공식적으로는 평화통일을 주장해 왔습니다. 솔직히 평화통일에 대한 주장은 현실성도 없었고 진정성도 없는 헛소리였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남북한만큼 생활방식, 경제 수준, 사상이 사뭇 다른 나라들이 평화롭게 통일을 이룬 전례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공식적으로 평화 통일 신화를 열렬히 지지했고 내막을 알 수 없는 인민들도 평화통일을 지지했습니다.

 

남한에서도 좌파 경향이 강한 민족주의 세력은 평화통일론을 믿고 대북 협력과 대북지원을 지지했습니다. 해외 동포들에게도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영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하루 아침에 다 무너져 버렸습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이 지난 한달 동안 계속 강조한 바와 같이, 북한에는 평화 통일은 물론 통일 이야기조차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은 통일의 대상이 아닌 매우 위험한 적대국가로 바뀌었고 남한 주민들은 민족단결의 대상이 아닌 위험한 주적 국가의 국민이 됐습니다.

 

솔직히 이와 같은 상황은 남북 관계의 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상 노선의 급격한 변화는 북한 역사상 전례가 거의 없습니다. 1970년대 초, 북한이 소련식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폐기하고, 주체사상을 나라의 근본 사상으로 만들었을 때가 이번과 비슷한 전례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1970년대의 변화는 한달 만에 생긴 것이 아니라, 몇 년 정도 시끄럽게 진행된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북한 정권은 국내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 노선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큰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인민들 가운데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통일이라고 믿는 인민들이 참 많습니다. 지금 통일에 대한 희망조차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통일이 오지 않는다면 경제 생활과 일상 생활이 앞으로도 좋아질 수 없다고 절망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새로운 태도는 한국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오늘날 남한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주로 1980년대 학생 운동 출신자들입니다. 그들에게 북한은 같은 민족, 통일의 대상인데요, 북한 지도자들이 이처럼 강하게 통일을 거부하는 상황은 타격을 줄 것입니다. 또 북한이 지금 반통일 노선을 채택한 것은 친북한 해외교포들에게도 큰 실망과 반감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민들의 실망은 큰 문제로 보입니다. 저 또한 최근 북한의 정치를 지켜보며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느 정도 논리가 있겠지만, 이 만큼 급하고 빠르게 전환할 필요가 정말 있었을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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