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무역제일주의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2.01
[란코프] 북한의 무역제일주의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평양추계국제무역박람회에서 판매원들이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AP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지난달 28일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에서 의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바로 무역절이었습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주의 진영 국가의 역사를 보면, 무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사실상 이들 국가는 국내에서 품질이 좋은 물건을 만들었을 때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파는 대신에 해외로 수출했습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1950년대 말부터 자력갱생 원칙을 수없이 강조했지만, 자력갱생은 북한 경제의 진실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진영 국가처럼 무역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진영 국가에서 무역제일주의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국가사회주의 경제의 잘못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회주의국가는 국내에서 품질이 좋은 소비품을 만들 능력이 없었습니다. 이들 국가는 가끔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업 특히 군수산업에서 세계 수준의 품질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상품들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만든 상품보다 품질이 훨씬 열악했습니다. 그 때문에 사회주의국가들은 살기 위해 무역을 해야 했습니다.

 

국제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이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수출 가능한 물건은 국내에서 이용하는 대신에 무조건 수출했습니다. 또 사회주의국가 대부분이 국제시장으로 수출한 것은 공업시설이나 기계와 같은 것이 아니라 광물 같은 단순 자원이었습니다. 또 수출한 만큼 수입을 해왔는데 그들의 수입품을 보면 간부들을 위한 고급 소비재도 있고, 국내에서 만들 수 없는 공업시설도 있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자랑했던 군수공업까지 수입할 수는 없었을 테지만 당시에도 세계 수준의 무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기계들은 미국산이나 일본산이었습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이 해외로 수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20~30년 간의 통계를 보면 핵심은 석탄을 비롯한 지하자원입니다. 수산물 수출도 많이 했습니다. 경공업 상품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해외에서 고급기술뿐만 아니라 중급기술까지 다 수입하였습니다.

 

북한의 무역구조를 보면 흥미로운 특징은 노동 수출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규율을 잘 지키고 열심히 일하며 기술과 솜씨가 좋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러시아나 중국, 중동까지 당국자에 의해서 많이 파견됩니다. 이것도 보이지 않는 무역의 형태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무역구조, 즉 가공하지 않은 미가공 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구조는 왜곡된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30년 동안 북한에서 무역 외화벌이 회사가 많이 생겼고 이들 회사는 순수한 국가소유보다 개인소유로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부터 북한 무역은 어느 정도 사유화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 무역일꾼들은 유연성과 사업 자유를 얻어 매우 어려운 국제시장 조건에 적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들은 경제 구조 때문에 해외로 팔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많은 노력을 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 돈 중 일부는 자신들을 위해서 나머지는 국가에도, 인민에게도 돌아갔습니다. 따라서 무역절을 맞아 북한 무역일꾼들은 축하받을만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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