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일 관계와 김여정 담화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2.22
[란코프] 북일 관계와 김여정 담화 김정은 북한 총비서 (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오른쪽).
/afp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지난 215,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의 대일본 정책에 관련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조금 이상해 보이는 것은 김여정이 이것을 자신의 개인 의견이라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북한 정치에서 개인 의견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담화의 기본 내용은 일본이 일정한 조건을 수용한다면 북한과 회담을 할 수도 있고, 정상회담까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담화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 언론 보도 및 전문가들 사이에는 작년 봄부터 일본과 북한 외교관들이 제3국에서 가끔 만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았습니다. 북한의 목적은 북일 회담의 재개로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일 양측은 회담 재개에 관심이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대규모 비리 스캔들로 최근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북한과의 회담을 통해 외교 성과를 얻는다면 지지율 반등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북한도 일본과 회담을 원합니다. 북한 입장에서 제일 바람직한 것은 일본 정부로부터 식민지 시대 보상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북 제재 때문에 이러한 보상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일본과 회담을 시작하면, 미국과 일본, 한국의 관계에 틈을 벌리고 미-, -일 충돌과 모순을 이용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의 전통적인 외교 방식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북한의 고위급 외교 회담이 성사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양측이 타협을 이루기 어려운 난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국민의 입장에서 대북 정책에서 가치가 있는 문제는 납치 문제 하나뿐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1970-80년대 북한 첩보기관 공작원들은 일본에서 사람들을 많이 납치했습니다. 납치를 당한 사람들은 정치와 아무 관계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국수 요리사, 간호사, 중학교 여학생까지 납치했습니다. 거의 20년 동안 납치 사건이 없다고 거짓 주장을 되풀이한 북한은 갑자기 2000년대 초 납치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납북자 5명의 일본 귀국도 허용했습니다.

 

지금 북한의 입장은 귀국한 사람 외의 납북자는 사망했고 생존자는 귀환했으니 이 문제는 종결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은 북한이 납치 피해자 일부만 귀국시켰고 납북자의 일부는 아직 생존해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김여정은 담화에서 회담 재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선제 조건을 언급하지 않고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회담 재개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김여정이 담화까지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과 북한 간의 비밀 접촉이 있었다는 의심은 가능합니다. 북한이 마지막 순간에 납치자 몇 명을 일본으로 보낼 수도 있고, 그 대신에 일본은 북한에 식민지 보상은 아니라도 경제적 양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가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최근 경향을 감안하면 북일 관계 정상화는 여전히 먼 미래의 일로 보입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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