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부정부패에 대한 투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0-04-16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에서 비리와 부정부패에 대한 투정이 갈수록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달 초 조선로동당 중앙의 핵심기관인 조직지도부에서 생긴 일이 그렇습니다. 조직지도부를 오랫동안 관리해온 리만건이라는 고급간부가 공개 해임되었습니다.

이것은 유일한 사례가 아닙니다. 최근 북한 지도자들은 비리를 없애기 위해 많은 간부들을 조사하거나 숙청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북한 인민들에게 듣기 좋은 일일 겁니다. 김일성시대 북한에선 출신성분이 중요했는데 지난 20~30년 동안 북한은 돈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뇌물을 고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민중은 이런 상황에 불만이 많고 비리를 없애기 위한 정책을 환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부정부패 현상과의 투쟁은 민중의 생각과 달리 매우 심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본적 이유는 북한의 정치와 사회체제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성격을 띄고 있고, 참된 경제생활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장사입니다. 국가는 배급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했지만 이 약속을 지킬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는, 북한 국가가 여전히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법칙과 규칙을 보면, 30-40년 전, 김일성 시대에 있었던 것에서 변화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결국 북한에서 장사가 가능한 이유도,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부정부패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은 불법입니다. 그 때문에 수많은 간부들이 비리 경제 활동에 눈을 감는 것은 당연히 부정부패 현상입니다. 물론 간부들은 눈을 감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뇌물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간부들이 법대로 행동했다면, 북한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루 아침에 모든 장사가 마비되었다면 평범한 북한인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그 때문에 지금 북한 당국이 부정부패 현상에 강한 타격을 가한다면, 많은 간부들은 겁을 먹고 시대착오적인 법칙과 규칙을 지키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법칙과 규칙은 사실상 민중을 죽이는 것입니다.

물론 부정부패는 큰 문제입니다.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이 문제에 싸울 필요도 의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법률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민주국가가 아니며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입니다. 그래도 이들 나라에서 사실상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법률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중국도 베트남도 부정부패가 심각하지만 그래도 법률에서 평민들에게 장사의 자유는 인정됩니다. 그래서 중국이나 베트남 정부가 부정부패 현상을 없애기 위해 투쟁할 경우에도 나라의 경제는 별 타격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정부패 현상과 싸워야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은 먼저 법칙과 규칙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것입니다. 법률과 제도를 바꾼 다음에 부정부패에 강한 타격을 주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