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적화통일을 다시 꿈꾸기 시작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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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밤 평양에서 또 하나의 열병식이 열렸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모를 수도 있지만, 세계 언론은 며칠 전부터 열병식의 규모와 개최 시간에 대해서 지속해서 보도했습니다. 현대 세계에서 누구든지 돈만 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의 열병식 준비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열병식에 나온 새로운 무기들은 외국 전문가들의 예측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호도 있었고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북극성호도 있었습니다. 물론 화성-15호, 화성-17호 모두 행진했는데요. 두 미사일 모두 이미 열병식에서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열병식 자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열병식의 핵심은 신무기가 아니라 김정은의 연설이었습니다. 살까기에 성공해 날씬해진 김정은은 대원수 견장이 붙은 원수복을 입은 채 연설했습니다. 이 연설이 왜 중요할까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을 때부터 핵 개발의 기본목적은 자위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초까지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정은의 연설에서는 우리가 들어 본 적 없는 새로운 논리가 등장했습니다.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는 세력에게 핵을 사용할 수 있고 전쟁 방지 목적 이외에도 핵을 사용할 수 있으며 북한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 조성된다면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북한은 위기가 생기거나 불만이 있다면 적대국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에 핵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물론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는 아닙니다. 미국도 중국도 핵 보유국이므로 인민군이 이들 나라를 핵 공격을 한다면 북한은 수천 배의 보복을 받고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북한 지도자의 위협 대상은 바로 비핵 국가입니다. 거의 확실히 남한을 의미합니다.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남한은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너무 잘 살 뿐만 아니라 기술 수준도 아주 높습니다. 오늘날 남한은 일본이나 독일처럼 세계 기술 발전의 기관차입니다. 남한 군대 역시 첨단 재래식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데요. 인민군이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런 무기가 옛날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이 전술핵, 전투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인민군은 남한 군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은 남한을 정복할 수도 있고 흡수통일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물론 평양이 서울을 흡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 북한은 남한을 공식적으로 통일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남한은 북한보다 인구도 경제도 훨씬 크고 남한 사람들은 자유주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남한을 직접 통치하는 대신, 남한을 예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남한은 북한에 막대한 경제 지원을 하고 남한 국군은 비무장화 즉 해체됩니다. 그리고 북한은 통일전선 전략을 이용하여 남한 정치에 깊이 개입합니다.

물론 이것은 당장 내일 일어날 일은 아닙니다. 아직은 북한 지도자의 꿈입니다. 그러나 그 꿈의 모습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는데요. 그들이 1950년에 달성하지 못한 이 꿈을 다시 실현하려고 할 때, 큰 비극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전략 변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를 크게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