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대북 경제제재 왜 성공 못하나?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3.11.16
[란코프] 대북 경제제재 왜 성공 못하나? 중국 지린성 훈춘 취안허 통상구를 통과한 차량들이 두만강대교를 거쳐 북한 나선시 원정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북한은 수십 년 전부터 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이 "경제 봉쇄" 때문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6-2017년까지 이와 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는 거짓 선전선동에 불과했습니다. 그 시기까지 북한과의 무역이나 경제 교류를 금지하는 국가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존재한다고 해도 미국과 일본 정도였지만 경제 봉쇄가 없다고 해도 북미 간 경제 교류는 없었을 겁니다. 경제 구조와 멀고 먼 거리를 감안하면, 양측은 수출 가능한 것도, 수입 가능한 것도 거의 없습니다.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미국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거의 10년 동안 이 대북제재는 별 의미가 없는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했습니다. 일반 무역을 금지하지 않았고 금지 항목은 무기, 군수공업 시설 그리고 고급 간부들이 좋아하는 사치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바로 이 시기부터 북한 관영 언론들이 수십 년 동안 운운해 왔던 경제봉쇄는 사실이 됐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소탄을 실험한 이후에 유엔 안보리는 엄격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와 같은 제재가 시작했을 때, 곧 북한이 이 압박에 굴복하고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부정적이었으나 제재의 힘을 믿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이제 제재가 시작한 지 6-7년 되었는데요. 결과는 어떨까요? 제재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내부에 어느 정도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은 더 빨라졌고 이 분야에서 북한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북제재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요.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입니다. 중국은 처음부터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해 반대했고 대북 제재를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2018~19년 이후 중국과 미국 관계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인 가치가 높은 완충 지대로 간주하고, 북한 내부에서 위기를 유발할 수 있는 대북제재 결의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거의 모든 경제 제재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이든 강대국이든 제재를 통해 어느 나라에 압박을 가하고 그 나라가 자신의 정치노선을 바꾸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 희망은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제재 대상이 된 국가는 정책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특히 독재 국가는 더욱 그렇습니다. 제재 때문에 백성들의 생활이 어려워져도 그들의 고통은 집권 계층이 노선을 바꿀 이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재의 대부분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목격했습니다.

 

그래도 제재는 여전히 지속됩니다. 민주 국가 대부분이 제재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대외 정책보다 역설적으로 국내 정치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의 지도자들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경제 제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책, 즉 제재 정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경제제재가 효과가 미미하다 해도 철회할 수는 없습니다. 제재의 철회는 국민들이 볼 때 정부가 악당에게 항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