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은 왜 가족을 공개했나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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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김정은은 왜 가족을 공개했나 지난달 18일 김정은 총비서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을 (왼쪽부터) 딸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시찰했다.
/AFP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우리가 최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김정은이 자기 부인, 자기 딸을 숨기는 대신, 그들과 같이 공개석상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2년 여름, 그는 자신의 부인을 소개했으며 2022년에는 자신의 둘째 딸을 공개했습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가족들을 공개하는 행동에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의 둘째 딸 김주애는 미래에 주체사상 위업의 또 다른 후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김주애를 소개한 것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설주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저는 김정은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추정합니다.

 

제일 먼저 개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김정은은 자기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는 여자가 너무 많았던 아버지 김정일의 개인 생활에 거부감을 느꼈고, 자신의 가족생활과 여자 관계에 있어서는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하려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젊은 나이에 리설주라는 처녀와 만났고, 지금도 그와 좋은 부부 생활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정은 부부에게는 자녀가 최소한 3명 있는데, 김정은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로 보입니다.

 

역사를 보면 예외적인 것이 아닙니다. 러시아에서 1917년 혁명으로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난 니콜라이 2세가 바로 이러한 사람이었습니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주변에는 젊은 미인들이 많았지만, 황제는 부인만 바라봤습니다. 아들이나 딸이 아팠을 때 황제는 국가 정치를 포기하고 그들의 침대 옆에 머물렀습니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를 나라를 망하게 만든 사람으로 보고, 황제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들까지도 그의 가족생활은 모범이라고 평가합니다.

 

흥미롭게도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고르바초프도 부인을 열렬히 사랑했습니다. 소련 공산당의 최고지도자 부인 중 고르바초프 부인만큼 공개석상에 많이 나온 여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사람은 가족들을 세상에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보입니다. 김정은은 1990년대 말, 유럽의 부자 나라인 스위스에서 유학했습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 김정은은 외국 생활, 특히 서양의 생활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서양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가족을 숨기지 않습니다. 부인과 같이 공개 석상에 나오지 않은 정치인은 유권자들에게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인은 개인 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다음 선거에서 성공하기 어려워집니다. 정치인이 아들이나 딸을 공개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 살 때, 언론에서 여러 나라의 대통령, 총리 그리고 왕가의 가족생활 관련 소식을 매일 본 김정은은 가족을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 권력을 세습 받았을 때, 김정은은 서양 국가들과 비슷한 방식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족 공개는, 김정은이 실시하는 핵심 정책과 별 관계가 없습니다. 김정은 개인의 감정은 인간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북한의 국가 전략은 분명 별개의 문제라는 걸 잘 알아야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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