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붕괴된지 15년이 됐습니다. 소련에서 태어나서 자란 저는, 소련 공산조의 붕괴 과정을 눈으로 지켜 봤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저에게 주어진 귀중한 역사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미국과 어깨를 겨누던 견고한 소련 체제를 파괴시킨 세력…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세력은 바로 소련의 큰 도시.. 레닌그라드나 모스크바 같은 도시의 지식인들과 사무원 ( 하급 공무원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1960년부터 소련의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도 이들은 해외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정보를 가지고 소련을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생활을 뒤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소련 정권도 지금의 북한과 같이 자국 국민들을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켜려고 애썼지만 이러한 고립 정책은 북한만큼 엄격하진 않았습니다.
당시에도 소련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미국이나 서방 유럽 국가들의 영화를 볼 수 있었고 외국 방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드물지만 합법적으로 외국 여행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련 사람들은, 특히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 같은 큰 도시의 소련 사람들은 60년대부터 소련이 미국, 독일 보다 가난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이 지식인들 조차 이러한 경제적 불균형이 전쟁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 사이 차이는 작아지기는 커녕 커져만 갔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선,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사회주의 체제를 가지고는 생활 수준을 향상 시킬 수 없다는 여론이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또, 세월이 갈수록 소련 간부 계층이 누리는 특권은 커졌습니다. 60년대까지 거의 없었던 부정부패는 이 무렵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간부들이 평등을 운운했지만 사실상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잘 살았습니다. 그들은 소련 노동자나 기술자가 꿈도 못꾸는 음식물과 소비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1970년대부터 간부집 자식들은 사회에서 인기 높은 직업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고 이런 현상은 큰 도시에서 더욱 뚜렸하게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신문이나 방송이 주장하는 바가 거짓 선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정부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반정부 단체는 거의 가담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부를 믿는 건 아니었습니다. 또 소련 체제의 우월성을 믿는 젊은 사람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중학교를 다니면서 바라본 1970년대 레닌그라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 시기, 어떤 사람들은 사회주의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 개량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어떤 사람들은 사회주의를 그만두고 자본주의를 건설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련 당국의 말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사람들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속에서 소련 붕괴는 불가피했고 그 붕괴를 만든 것은 결국 사람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