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대학 입시로 보는 북한의 현실
2024.11.14
11월 14일은 남한의 대학 입학 희망자들이 대학 입학 시험, 즉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아침에는 남한 어디에서나 비상입니다.
대기업 직원들과 공무원들은 출근을 늦추고 중고등학교는 학교를 쉽니다. 또 대중교통 운전수들은 모두 다 출근해서 버스와 지하철이 총동원됩니다. 경찰과 소방관들도 시험 보는 학생들을 수송하기 위해 비상 대기합니다.
그만큼 남한 학생들에게 대학이란 의미가 큽니다. 학벌주의가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출신 대학은 개인의 발전 여부에 중요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북한 언론은 남한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이 특권계층 자녀들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웃기는 거짓말입니다. 남한 사회에서는 평등한 대학 입학 체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구든 배울 기회를 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오래 전부터 1호 학교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간부집 자녀, 부자 돈주집 자녀, 그리고 능력이 많은 집안의 자녀들이 입학할 수 있습니다. 1호 학교 졸업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남한에서도 영재 학교 등 우수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있지만 압도적으로 공립학교가 많고 영재 학교 입학을 위해서는 뇌물을 고이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에서는 일반 학교에서 소득별, 지역별 차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공립학교의 교원은 계속 같은 학교에서 일할 수 없고 지역의 학교를 순환합니다. 이렇게 하는 기본 이유는 전국 어디에나 비슷한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남한에서 대학 입학 경쟁은 진짜 치열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역설적으로 이러한 경쟁은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토대가 나쁜 가정에서 태어나면 대학을 생각조차 할 수 없고 평생 동안 광부나 농장원, 운이 좋으면 장사꾼으로 정해진 삶을 살아야합니다. 반면 남한에서는 누구든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좀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 경쟁합니다.
이것은 한국의 출생률이 예외적으로 낮은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모들은 자신의 수입으로 최고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자녀의 숫자를 1명, 많아도 2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녀도 1명 또는 2명만 낳는 추세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남한 학교의 수업료 체제인데요. 북한에서는 ‘학금’이라고 불리는 수업료 이야기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의 학교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불쌍한 학생들이 자신의 피를 팔아서 학교에 다닌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초등교육이 무상화된 지 벌써 수십년 되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무료입니다. 대학교 등록금은 비교적 비싸지만 당국은 학생의 가정 사정에 따라 국가 등록금을 지원합니다.
그렇다면 남한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요? 고등학교 재학생의 4분의 3정도가 대학에 입학합니다.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슬픈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0년대 북한이 사회주의 건설을 시작했을 때 무상교육을 큰 소리로 외치고 노동자 가정의 아들 딸들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선전했으며 불평등의 온상인 자본주의 남한을 많이 공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북한에서 간부집 아들 딸들이 주로 대학으로 가고, 학교 교육은 사실상 사치품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자본주의 남한은 과거 문제를 극복하고 세계 기준으로도 놀라운 대학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