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임기가 없는 북한의 지도자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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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일본 아베 신조 수상이 사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2012년 말부터 거의 8년 동안 나라를 통치했습니다. 아베 수상은 일본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수상이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과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최고지도자가 되었는데 곧 퇴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1년 말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할 때 주변 국가 최고지도자는 누구였을까요? 중국 주석은 호금도(후진타오)였습니다. 남한 대통령은 이명박이었고 러시아 대통령은 메드베데프였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아마도 기억하실 겁니다. 오바마였습니다.

당시의 핵심 지도자 거의 모두 정치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은 은퇴했거나 이런 저런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여전히 통치자의 자리에 앉아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정치 초기단계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런 느낌은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북한 언론은 자신의 나라를 공화국이라는 멋진 말로 묘사하는데요. 물론 북한은 옛날 왕국, 절대군주제입니다. 옛날 임금과 다를 바 없이 최고통치자는 절대권력을 가졌고 그 권력은 세습됩니다. 물론 임기 제한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북한 통치자는 죽을 때까지 나라를 통치하는데 그를 대체할 방법은 혁명, 음모, 정변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에서는 정변이나 혁명의 가능성도 매우 낮습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같은 인물이 수십년 동안 최고권력을 장악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있다면 아주 조금, 아랍지역의 봉건 군주국가들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권위주의 국가나 독재국가라고 해도 최고통치자는 대부분 죽을 때까지 통치하지 못합니다. 중국에서도 등소평 시대부터 최고지도자는 10년 마다 바뀌는 규칙이 있습니다. 물론 습근평시대 이 규칙이 무너지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왜 세계에서 이러한 국가들이 사라졌을까요? 기본 이유는 바로 한 사람이 오랫동안 권력을 장악한다면 그 사람이 너무 대단하다고 해도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많을 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필요에 맞게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다 큰 문제도 있습니다. 장기 집권하는 독재자는 갈수록 나라의 실제 상황을 알기 어려워집니다. 독재국가에서는 자유언론이 없어서 통치자가 듣기 싫은 소식이 나올 수도 없습니다. 통치자가 정보를 얻는 통로는 고급 간부들의 보고 뿐입니다. 하지만 고급간부들은 불가피하게 듣기 좋은 정보만 알려주고 자신의 잘못이나 문제점을 숨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통치자는 처음부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세월이 갈 수록 이 문제가 심각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나이 많은 장기집권 통치자 대부분은 현실을 아예 모르고 착각과 환상 속에서 살게 됩니다.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장점은 같은 정책을 장기적으로 계획, 실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기가 제한된 통치자는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일에만 관심 갖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집권의 경우 수십년 후를 대비한 정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경우, 장기집권 독재자들은 좋은 정책을 오랫동안 추진하지 않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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