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후계자가 없는 세습 독재 정치, 독재자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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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제가 현대 북한 정치를 보면서 참 이상하다. 생각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후계자가 아직 없다는 건데요. 북한 정치는 일인 세습 독재 정치 체제인데 말입니다. 세습 체제 국가의 생존 조건 중에 하나는 늙어가는 독재자가 살아 있을 때, 후계자를 임명하고 이 후계자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이 사실은 잘 알았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아들인 김정일을 후계자로 택했을 때가 1974년 2월. 김정일이 3세의 나이로 당 정치위원에 선출됐을 무렵입니다. 공식적인 후계자가 된 김정일은 국가를 통제할 때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 까지 무려 20여년 동안 실습했습니다.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처럼 80세까지 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후계자를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우리가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을 알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가설이 하나 있습니다.

김정일은 자신의 가족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많은 여성과 관계가 있었고 자식도 많습니다. 김정일은 이혼한 전 부인을 도와주고 자식들을 잘 돌보고 있습니다. 90년대 말에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헤쳐나가고 있을 때도 김정일의 아들, 김정철과 김정운은 스위스의 유명한 국제학교를 다녔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식들이 아닌 친족들도 해외로 많이 나가고, 학비가 비싼 국제 학교나 대학에서 국가의 부담으로 유학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김정일은 자신의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입니다.

또, 김정일은 세계의 경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이 모방했던 나라들이 다 무너졌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를 완전히 버렸고 중국은 공산주의 간판을 내걸곤 있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향을 보는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체제 붕괴가 시간 문제란 것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가 좋은 김정일 위원장은 체제를 구원하기보단 자신의 가족들을 구원하기로 마음 먹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김정일이 아들 중 누구를 후계자로 임명한다고 해도 역사의 흐름을 가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또 북한에서 체제가 무너질 때, 북한의 통치권을 잡은 사람은 잘못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북한의 마지막 위기를 직면할 때, 김정일의 아들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있다면 그의 아들뿐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도 어려운 시절을 겪게 될 것 입니다. 어쩌면 살아 남는 것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하는 아들을 자신의 후계자로 임명하는 것이 곧 그 아들을 감옥에서 죽도록 하는 결정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가족들을 정치에 참여 시키지 않는 것, 바로 이것이 그들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 이 것이 바로 지금 김정일의 논리일 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