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은 왜 생일을 공개하지 않나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5.01.09
[란코프] 김정은은 왜 생일을 공개하지 않나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제작한 2024년 달력, 김정은 생일(1.8일)이 국가명절로 표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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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지난 1월 8일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언론에서는 그의 생일에 대해 아무 보도가 없었습니다. 아직 비공개 상황이지만 북한에서 지도자의 생일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 언론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걸까요?

 

북한 역사를 보면 이 침묵이 조금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1960년대 초 들어 김일성 우상화를 본격화했을 때 김일성 생일은 무척이나 강조되었고, 1968년에 그의 생일은 공식적으로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김정일 생일도 얼마 동안 비공개적으로 기념되었지만, 비교적 빠르게 국가 명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생일에는 집권 14년차를 맞는 지금까지도 조용합니다.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집권 당시 자신의 나이 때문에 생일을 기념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추정했습니다. 2011년 말 김정은은 27살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매우 젊은 나이입니다. 특히 권력기반이 없고 이름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후계자로 지명된 지 1년 반 된 김정은은 자신의 젊은 나이를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김정은은 국가 지도자로서 자신의 권력기반을 완고히 강화했고, 지금 아무 도전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젊은 나이를 선전선동 도구로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움직임은 여전히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김정은 우상화를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볼 때 거의 확실히 김정은 개인의 성향, 개인의 사고방식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예를 들면 김일성 시대에도 김일성화가 있었고, 김정일 시대에도 김정일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시리아나 러시아의 어느 식물학자가 발견해 김정은화로 이름 붙였다는 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상화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작년부터 당중앙 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김정은 초상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 비하면 초상화의 등장은 매우 늦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김정일 초상화의 의무화는 1980년대에 생긴 일입니다.

 

아직까지 김정은의 동상이나 벽화가 없는 것도 의아합니다. 물론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살아있을 때에 세워진 동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14년 동안 나라를 통치한 김정은의 동상이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조금 이상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김정은 노래'가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의 등장 이전부터 '발걸음'이라는 노래도 있었고, 최근에 인기가 많아진 '친근한 어버이'라는 노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노래의 구조와 가사를 보면 김일성 장군을 찬양한 노래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북한의 우상화 문화는 지도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의 초상화 휘장이 없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당시 김일성 휘장을 달고 다녔습니다. 또한 대중 앞에서의 연설을 잘 못하는 김정일은 신년사 대신에 공동사설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개인 지도 방식을 보면 선대의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 비교적 많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오늘날 북한 지도자는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달리 자신의 우상화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 체제에서 우상화는 권력 기반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도 김정은이라는 사람은 이와 같은 우상화를 조금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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