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의 개혁 열망이 식은 이유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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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많은 사람들은 곁에 믿을 만한 고위 간부도 별로 없고, 경험도 별로 없었던 김정은이 일단 조심스럽게 행동할 줄 알았는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놀랍게도, 김정은이 매우 결연하게 여러 부문에서 일으킨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12년은 북한 경제개혁의 첫 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호탄이 된 6.28 방침 때부터 북한에서 포전담당제가 실시되기 시작했고, 농민들이 노력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동시에 김정은은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여 개 특구를 설치했고, 공업 분야에서도 독립적인 체계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2010년대 중엽에 북한은 5-6%의 경제 성장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정은은 당시에 이제부터 인민들이 고생하지 않고 잘 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옛날 이야기가 된 지 오래입니다. 2017, 18년에 북한은 그 이전에 매우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개혁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습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사상 분야에서도 감시가 강화되고 쇄국 정치 즉 국가 고립 정책도 점점 더 심각해졌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정책을 취한 것에는 근거가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2010년대 김정은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해외유학을 마치고 북한에 돌아와서 사랑에 빠지고, 가수 출신의 미인과 결혼했습니다. 그는 어쩌면 진심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생각이었고, 이 문제를 비교적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국가 정치뿐만 아니라 기업소든, 학교든 비슷한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 임명된 지도자는 옛날 지도 방식을 바꾸려고 하는 동시에 자신의 힘을 믿고, 모든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와 같은 열망의 시도는 실패로 끝납니다.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새로 뽑힌 지도자들의 지식 부족이나 오판보다 그 단체가 활동해온 환경과 상황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도자는 얼마 후 새로운 지도 방식이 그가 싫어하는 옛날 지도 방식만큼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김정은의 개혁 열망이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북한 지도부가 핵개발 포기는 물론 중지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6, 17년에 들어와 북한의 군사 발전, 특히 수소탄 개발 및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은 매우 엄격한 대북제재를 초래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험을 복제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개인적으로 서양 대중문화를 즐기는 김정은이라도 북한이라는 국가가 쇄국정책을 취하고 국경을 열지 않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의 아버지, 특히 그의 할아버지가 가장 잘 알고 지켰던 방식입니다. 체제 유지나 내부 단속을 위해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북한 백성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절대 알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의 북한은 갈수록 10여 년 전에 젊은 김정은이 싫어했었던 김일성의 북한, 김정일의 북한과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체제를 바꿔 보려고 시도는 했었지만, 북한이라는 체제는 바꾸려고 하면 유지되기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구조인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