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자본주의 러시아의 진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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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러시아 출신입니다. 근로자 가족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레닌그라드에서 보냈습니다.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저는 거의 매년마다 고향을 찾아가곤 합니다. 올해도 고향을 방문하고 며칠 전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노동신문과 같은 북한 매체를 읽는 북한 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이 좀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매체는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내놓는 비판은 높이 평가하는 반면, 자본주의로 바꾼 러시아의 국내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본 러시아는 어떨까요? 한마디로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다’라고 말하겠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의 성장률은 6%를 달성했습니다.

모스크바는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소련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던 1990년 초부터 외국에 머물렀던 저는 서울을 통해서 모스크바를 방문하곤 했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 모스크바의 모습은 서울에 비해 너무 낙후하고 가난하고 재미가 없는 도시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에 그렇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러시아의 경제 성장은 모스크바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도시는 다른 선진국의 수도와 같은 모습으로, 식당도 많고 영화관도 많고 다른 오락시설도 많습니다. 텅 비었던 사회주의 시대에 상점에 비해 지금은 상점마다 물건이 가득합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북한 주민들이 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거리를 다니는 모스크바 사람들의 옷차림은 한국의 서울이나 프랑스 파리에서 보는 옷차림과 아무 차이가 없을 만큼 세련되고 화려합니다.

개인 승용차의 숫자도 대폭 많아졌습니다. 소련 사회주의 마지막 해인 1990년에 비하면 자동차의 숫자는 네 배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한 신문들은 ‘자본주의에서 심각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다’고 하는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자본주의에서의 경제 성장의 결과는 극소수의 부자들에게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럴까요?

지금 모스크바 시민들의 평균 월급은 미화로 600 달러 정도입니다. 별로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서울 시민들의 평균월급은 미화로 2,500 달러에 달라니까요. 그래도 600 달러는 작은 돈이 아닙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젊은 사람들이 1000 달러 정도를 버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품질이 좋은 중고 승용차의 가격은 2-3000 달러 정도이니까 평범한 근로자는 별 문제 없이 살 수 있습니다. 비싼 식당이나 가계에 들어가면 손님들이 많은데, 이들은 부자들이 아니고 일반 회사원이나 근로자들입니다.

그러면 자본주의로 바뀐 러시아는 하루아침에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뀌었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 빈곤층 문제, 실업 문제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러시아 사람의 대부분이 현재 사회를 비판한다고 해도 사회주의 복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소련 사람들이 잘 아는 것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문제가 있지만 사회주의식 문제는 현재 자신들이 겪고 있는 자본주의 문제보다 더 해결이 어렵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