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러시아, 사회주의 복귀않는 이유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0.01.28
저는 러시아 사람입니다. 북한의 어용 언론들은 '러시아 사람들 대부분이 미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극복하지 못해 사회주의 제도를 버렸고, 지금은 돌아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이 것이 사실일까요? 소련 사람들은 정말 거지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밤낮 없이 소련 체제를 되돌리는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소련의 붕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만, 그들이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주의 경제가 없어진 게 아니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사회주의 경제를 재건하자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공산당까지도 규모가 작은 개인 사업은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잘 보여주는 통계는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가용 자동차의 소유 현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회주의가 극에 달했던 1980년에 소련에서는 인구 1천명당 자가용 승용차가 40대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북한보다 많지만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러시아의 시장 경제가 정상화하기 시작한 1998년에는 인구 1천명당 자가용 승용차가 110대였습니다. 이것은 1980년의 수준보다는 많지만,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2008년에는 1천명당 자가용 승용차가 205대였습니다. 이 것은 가족마다 자가용 자동차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통계를 봐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세계 어디에서나 러시아 관광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돈 많은 러시아 사람들은 호주나 남미 같은 먼 나라를 즐겨 찾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은 그리 멀지 않은 동유럽이나 중동으로 관광을 떠납니다. 2002년의 경우, 관광 목적으로 해외를 방문한 러시아 사람은 510만명이었습니다. 이것은 외국 여행을 하는 게 아주 어려웠던 공산주의 시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2008년 들어 해외로 관광을 떠난 러시아인은 1천 100만명이었습니다. 해외 관광객의 규모가 두 배나 더 늘어난 겁니다. 이 통계는 출장을 간 사람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다른 나라를 구경하러 간 사람들이 이만큼 많다는 겁니다.

물론 현재 러시아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들은 공산주의 시대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풍요와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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