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 교훈을 따르는 남한 대북정책

란코프

남한의 대북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변은 ‘독일통일’일 것입니다. 1990년에 이뤄진 독일의 흡수통일 그리고 이 통일 과정에서 나타난 동서독의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남한은 중요한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통일 독일의 어떤 면을 남한 사회는 주목해서 보고 있을까요?

통일이 이뤄질 무렵, 독일 사람들은 동독과 서독의 경제 차이가 곧 평준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비교적으로 가난했던 동독도 서독의 경제적 도움으로 빠른 시간 안에 서독의 경제 수준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꺼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90년부터 지금까지 서독은 동독으로 규모가 큰 지원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차이를 메우기 위한 이 지원은 서독에겐 무거운 부담입니다. 베를린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매년마다 구 동독으로 보낸 원조의 규모는 천억 유로라고 합니다.

어쨌든 통일 이후 많은 노력으로 동독 인민들의 생활 수준은 사회주의 시대보다 많이 향상 됐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들인 노력과 자금에도 불구하고 동독은 서독의 생활 수준을 아직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아직, 동독 지역의 생산성이 서독 지역의 생산성에 미치지 못합니다. 독일 전문가들은 이런 경제 부분에서의 동서 차이가 적어도 2020년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바로 이런 부분을 남한 사람들은 주목하고 독일 사정을 한국의 사정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통일 직전 독일 상황은 현재 남북한 상황보다 훨씬 더 나았습니다.

일단, 사회주의 국가이었던 동독의 인구 비율은 전체 독일 인구의 20%에 불과했습니다. 남북한의 경우에는 북한의 인구는 전체 한반도 인구의 30% 정도입니다. 남쪽이 책임져야 할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경제 차이도 동서 독일에 비해 남북 차이가 훨씬 큽니다. 독일의 경우에 일인당 소득은 서독이 동독보다 2배 정도 높았습니다. 한국의 경우에 일인당 소득과 공업생산성은 북한보다 작게는 15배(열다섯) 많게는 30배(삼십배) 정도 더 높다고 추정됩니다.

그래서 남한 사람 대부분은 남북이 통일된다면 독일보다 더 어려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한국의 통일은 북한에서 인민들의 생활을 많이 개선하겠지만 남한 주민들에게 심한 고생을 가져올 것 같습니다. 요즘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남한 국민 51%가 대북지원 확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경우 ‘부담할 용의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부자 국가가 된 남한의 국민들은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큰 희생을 치를 용의가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을 잘 아는 남한 정부는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정권과 어느 정도로 협력함으로써 통일을 연기하는 정책을 실시하길 결정했습니다. 또 그런 결정이 바로 햇볕 정책, 포용 정책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정책이 지지를 받던 그렇지 않던 간에, 이 정책은 통일에 대한 남한 사람 대부분의 희망과 공포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