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누가 통일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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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지난 7월, 서울대학교 산하 통일연구소가 여론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에 들어간 질문 중 하나는 “조국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조사에 응한 한국 국민 중 34.4%가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풀어말하면 통일을 반드시 이룩해야 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3명 중에 한 명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30 살 미만의 젊은이들은 21.2% 만이 “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 고 답했습니다. 남한의 젊은이들 사이에 조국 통일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옅볼 수 있는 결괍니다. 이 조사 결과는 이남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한 사람 대부분은 북한과 경제 협력, 정상회담과 같은 협상은 환영하지만 북한과 통일을 이룩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 경향이 생긴 지는 15년정도 됐습니다. 해방부터 정부도, 국민도, 국가의 통일을 민족의 최고 이념으로 또 최고 목표로 여겼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 남한에서 거의 누구나 통일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 남한에선 통일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남한 사회에선 통일이 희망이라기 보다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쉽게 말하면 경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남한은 아시아 부자국가로 유명하지만 북한은 아시아에서 가난으로 유명합니다. 남북 관계가 활발해져서 남한 사람들은 북한 생활을 들여다볼 기회가 늘어났고 새삼 남북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습니다. 이남에서 개인 소득은 이북보다 적어도 열다섯배(15배) 정도는 차이가 납니다.

독일 통일의 교훈은 중요합니다. 유럽에서도 부유한 국가로 꼽히던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인 서독은 동독과의 통일 후에 어려운 부담 견뎌내고 있습니다. 이런 독일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남한 주민들은 독일식 흡수통일을 바람직한 길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점진적이며 단계적인 통일을 꿈꾸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남한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은 “빠를수록 좋다” 에서 “늦을수록 좋다”로 바뀌었습니다. 마음 속에서 “분단이 영원히 계속 된다고 하더라도 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리 적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한 주민들이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로 통일을 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통일을 늦추기 위해 또 통일을 가로막기 위해 노력하는 세력도 있겠습니다. 남한 안에서도 그렇고 이웃 나라에도 있고 특히 북한 정부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통일을 매우 필요로 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바로 평범한 북한 인민들입니다.

이 단계에서 북한 인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민주주의 체제를 이룩하며 통일을 요구한다면 그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있는 세력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