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수요 급증 농약 생산 제대로 못해

앵커: 북한 양강도 혜산 양묘장에서 개발한 친환경 농약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승인 과정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양묘장에서 묘목 관리용으로 개발한 친환경 살충제가 주변 농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의 한 농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혜산 양묘장에서 만든 뚝감자 농축액이 뙈기밭 농사를 짓는 신장리 주민들 속에서 매우 수요가 높다”며 “이곳 주민들은 뚝감자 농축액을 팔아 줄 것을 양묘장 측에 거듭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뚝감자 농축액은 지난 2023년 여름, 이곳 기술자들이 진딧물로부터 묘목을 보호하기 위해 버드나무 잎과 쑥, 뚝감자를 우려 만든 살충제”라며 “흔히 ‘뚝감자 농축액’이라고 부르는데 농작물 병해충 퇴치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뚝감자 농축액은 지난해 양묘장 직원들이 뙈기밭에 심은 농작물에서 진디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다가 그 효능이 알려지게 되었다”며 “진디물 제거를 위해 뿌렸는데 감자 무당벌레까지 퇴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감자에 제일 치명적인 해충이 무당벌레인데 양강도는 지금 한창 무당벌레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당장 살충제를 써야 하는데 중국산은 너무 비싸고, 양묘장에서 만드는 뚝감자 농축액은 그곳 직원들이 나누어 쓰기에도 모자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묘장 주변 신장리 주민들은 뚝감자 농축액을 만들어 팔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양묘장 측은 ‘원료가 없어 더 이상 농축액 생산이 어려운데다 양묘장은 영농물자 거래기관이 아니어서 판매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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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평양 랑랑구역 남사협동농장에서 한 농민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2021년 5월, 평양 랑랑구역 남사협동농장에서 한 농민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2021년 5월, 평양 랑랑구역 남사협동농장에서 한 농민이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AP)

이와 관련 양강도 농업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혜산양묘장에서 개발한 살충제가 효력이 좋다는 사실을 우리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걸 도입하려면 승인 과정이 너무 복잡해 농업부문 간부들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새로 개발한 살초제나 살충제를 농작물 관리에 이용하려면 우선 농업과학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며 “그 과정이 아무리 짧아도 1년이고, 길게는 몇 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령 효능이 입증된다고 해도 원료를 확보할 방법이 있어야 하고, 생산공정을 갖추어야 한다”며 “위에서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해 난리인데 농업부문에 그 복잡한 과정을 떠맡겠다고 할 간부가 어디 있겠냐?”고 소식통은 반문했습니다.

국산품 개발해도 빛을 보기 어려워

소식통은 “우리 과학자들이 성능 좋은 농약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도 복잡한 승인 과정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을 지고 승인받을 간부가 없는 이상 혜산양묘장에서 개발한 살충제 역시 그대로 사장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에서 아무리 혁신과 창조를 떠들어도 우리의 농업 현실은 이렇게 비참하다”며 “양강도의 농장들은 현재 0.1리터의 포장에 60위안(8.8달러)인 중국산 피리다벤, 포레이드와 같은 살충제들을 구입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