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 공병·군 건설 인력 6,000명 추가 파병에 합의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는 북한의 공병부대가 높은 역량을 보유했으며 러시아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만나 “조약 범위 내에서 북한이 협조할 내용을 확정하고 관련 계획을 수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쇼이구 서기가 전날 러시아 매체를 통해 밝힌 북한 공병·군 건설 인력 6,000명 추가 파병 합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쇼이구 서기는 김 총비서 면담 후 러시아 취재진에게 북한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공병 병력 1,000명, 군사 건설 인력 5,000명, 총 6,000명을 파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매체가 ‘수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먼저 요청했고 김 총비서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 매체는 쇼이구 서기가 푸틴 대통령의 구두 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고, 쇼이구 서기의 방북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1년이 되는 뜻깊은 시기에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쇼이구 서기는 앞서 4일에도 방북해 김 총비서를 만난 바 있고,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쇼이구 서기가 긴급한 안보 현안으로 방북한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이 북한군 추가 파병 등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와 현승수 부원장의 말입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쇼이구 서기가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면담했다는 것은 그 사이에 상당히 긴급한 안보 현안이 발생했고 그 안보 현안에 대해서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 이런 것들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군이 추가로 파병될 수도 있습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 러시아에 파병됐던 북한군의 병력을 더 확대하는 문제, 그래서 그 병력들이 지금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어떤 러시아의 작전에 투입되는 문제들도 논의가 됐을 수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러우 종전 협상이 장기화되고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로서는 쿠르스크 지역의 안정화 등을 통해 보다 유리한 협상의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추가 파병될 북한군 중 전투 공병은 최전선 지역에서 지뢰 제거, 폭발물 제거 등 장애물 제거에 투입되고, 일반 공병 인력은 후방 지역, 탈환 지역에서 병원 등 건설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북한 공병부대가 평양 려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를 1년 안에 완공하는 등 높은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추가 파병된 북한군이 진지 구축, 방어선 구축 등에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을 러시아에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러시아가 상당히 지금 급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구나, 서둘러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대한 쐐기박기, 확실한 영토화를 하기 위해서 북한군 추가 파병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겠죠. 북한의 공병 부대는 소위 정평이 나 있습니다. 굉장히 빠르게 진지 구축, 방어선 구축 또 주요 주둔지 시설 구축 이런 것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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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러 추가파병 합의에 대해 규탄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현지시간 1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와 군인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북한이 공병·군 건설 인력 6,000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한 것에 대해 “불법적인 협력을 지속하는 데 엄중한 우려를 표하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해외 노동자의 접수·고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러 협력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전세계 평화·안보에 위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소득을 창출하는 북한인 해외 파견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들을 송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도 캐나다 현지시간 17일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추가 파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