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결핵환자들이 치료약을 구하지 못해 주로 ‘미나리즙’을 대신 복용하고 있습니다. 각 지방에 결핵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결핵환자는 결핵전문병원인 3예방원에서 관리하고 치료합니다. 감염 확산을 우려해 각 지방에 있는 3예방원은 검진을 주로 담당하고 실제 환자 치료는 따로 있는 병동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명간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7일 “점점 결핵 환자가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약이 없어 미나리즙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 처가 켠(쪽) 친척이 결핵 병동(치료실)에 입원했다기에 면회를 갔는데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결핵 병동에 결핵환자가 가득한 모습에 놀랐다”며 “입원실이 부족해 4인용 방에 6~7명이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3예방원 결핵 병동에는 증상이 심한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데 대부분 환자들의 얼굴이 무척 야위고 핏기도 전혀 없었다”며 “내복을 벗어 들고 이를 잡는 환자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친척에게 치료를 어떻게 받는지 물어보니 결핵 약이 없어 매일 미나리 즙만 겨우 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외따로 떨어져 있는 병동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입원한 처가 켠 친척의 경우 아직까지는 가족, 친척들이 여기저기 수소문해 이소(이소니아지드), 마이싱, 뚜보찐 등을 구해 쓰고 있는데 약을 구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담당 의사도 과거에는 유엔에서 지원한 효능 높은 도츠 세트(결핵체료제)가 그럭저럭 공급됐는데, 지금은 공급되는 약이 거의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환자가 대다수라는 말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8일 “요 몇 년 사이 주변에서 아들이 결핵에 걸렸는데 결핵 약을 구할 수 없는가 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며 “결핵 약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결핵 진단을 받은 지 오래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미나리 즙에만 의존하던 30대 마을 청년이 끝내 세상을 떠났다”며 “봄이 되면 여기 저기서 결핵을 앓던 형제나 친척의 부고가 전해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 군마다 결핵전문병원이 있지만 렌트겐(X레이) 촬영 같은 검진을 할 뿐 약이 없어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산 치료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 전까지 많이 들어오던 중국 약마저 끊겨 결핵 약을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 친구는 중국에 있는 친척에게 부탁해 형이 쓸 결핵 약 6개월 분을 구했지만 요즘 국경 통제가 심화돼 밀수가 어려지면서 몇 달 후 약이 떨어진 다음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사람들이 가족 중 결핵 환자가 있어도 3예방원에 보내지 않는 추세”라며 “입원해도 별다른 치료 대책은 없이 미나리 즙이나 주는게 고작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흔히 결핵은 잘 먹으면 절대 걸릴 수 없는 병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핵을 앓는 사람 대부분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