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가정 주부들을 주거지와 떨어진 지방공업공장 원료기지에 집단 배치하면서 ‘가정불화’ 문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지난해 1월 김정은 총비서는 인민들의 기초적인 물질문화생활을 향상시킨다며 향후 10년 간 매년 20개 시, 군 지역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올초에 연이어 성천군, 숙천군, 구장군, 재령군 등 지역에서 지방공업공장이 준공됐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1월 구장군 읍에 1~3층짜리 네 개 건물짜리 지방공업공장이 준공되었지만 원료가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식품 생산 원료는 지방이 자체로 해결하라는 게 당국의 지시”라며 “이에 군 당위원회는 지난 2월 중순 군 내 여맹조직에서 50명의 여맹원을 1차 선발해 원료기지 조성에 파견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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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월 중순 2차로 선발된 50명의 여맹원들은 1차와 마찬가지로 30대의 젊은 가정주부 여성들이 원료를 생산하는 무보수 농사에 동원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군당에서는 지방공업공장에 원료를 공급하는 기지 조성 사업에 젊은 여맹원들이 자원 진출했다고 선전하지만, 누가 가족과 떨어져 무보수 노동에 동원되는 것을 반기겠냐”고 반문했습니다.
특히 “원료조성 기지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한 달에 두 번 집에 갈 수 있는데, 그 날은 남편이 도맡은 살림살이가 말이 아니어서 부부 간 말다툼이 몸싸움 등 가정불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북창군에서는 지난 2월 말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진행되는 동시에 원료기지 조성이 당적 사업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배고픈 자녀들 가출…일부 남편 외도로 부부 싸움
그는 “원료기지 조성은 읍에서 40리 떨어진 야산 주변을 개간해 콩과 밀, 보리를 재배하고, 산에는 기름밤나무와 잣나무, 산열매 묘목을 심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원료기지 조성에는 지난 3월 군당에서 조직한 200 여명의 여맹돌격대가 동원됐다”며 “30대~40대 중반까지 가정주부 여성들이 원료기지를 조성하는 현장에서 숙식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장사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가정주부 여성들이 원료기지 조성에 무보수로 동원되다 보니 배고픈 자녀들이 가출하거나 농작물을 훔치다 도둑으로 몰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아내와 오랜 기간 떨어져 살다 보니 일부 남편들의 외도로 부부싸움이 생기는 등 원료기지에서 가정불화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