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이 이달 하순 개최하기로 한 제9차 당대회 참가자 선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국가 생산계획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대상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대부분의 공장과 기업소에서 생산 실적이 저조해 선발 기준을 변경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도내 공장들 에서 당대회 참가자를 선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초 생산실적과 충성심을 기준으로 하던 선발이 사회적 지원사업 실적 순위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의 대표적 기업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 청진제강연합기업소, 청진조선소(함북조선소연합기업소)의 경우에도 전기와 원자재 부족으로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생산 실적과 충성심을 기준으로 참가 대상을 선발한다 해도 과연 누구를 뽑겠느냐는 우려와 비아냥이 뒤섞여 흘러 나오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당대회 참가, 영광 아닌 경제적 부담
소식통은 이어 “결국 도당위원회는선발 규정을 변경해, 당의 정책관철을 위한 사회적 지원사업에 앞장선 대상을 대회 참가자로 선정하는 것으로 기준을 바꾸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부분의 간부와 주민이 당대회 개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선발이 순탄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선물이 돌아갈 수는 있겠지만, 대회가 끝난 뒤, 더 많은 사회 지원사업에 나서야 하는 부담감에 더해 추천한 당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쳐야 하는 관행 때문에도 대회참가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당대회가 2차례 개최됐으나 주민의 삶과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어, 당대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정확한 당대회 개최 날짜조차 알려주지 않는 상황을 두고 “떳떳하지 못한 당대회를 굳이 개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말도 나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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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유사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대부분의 공장과 기업소들이 오랜 기간 생산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당대회 참가자 선발이 난항에 부딪치고 있다”며 “참가자로 선발되고도 질병을 이유로 회피하는 사람이 많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어 “과거에는 당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며 서로 경쟁이 심했는데, 이제는 신체검사에서 병이 있다고 꾸미며 회피 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번 당대회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냉소적이라며 “추운 날씨에 행사에 참가하느라 고생하느니 차라니 빠지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한때 당대회 참가를 크나큰 자랑으로 여겼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주민 생활이 보다 더 어려워 지면서 9차 당대회를 시큰둥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제7차 당대회(2016년)에서 채택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2016~2020년)경제전략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크게 미달했다고 밝히며 목표 달성의 실패를 공식 인정했습니다.
제9차 당대회 역시 이러한 경제적 성과 부재 속에 준비되고 있어, 주민들의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미국 글로벌평화재단 이현승 수석연구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주민들이 제9차 당대회에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참가를 기피 하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 상실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지금 북한 주민들이 9차 당대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냉소와 기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전 당대회에서 경제 강국 건설, 인민생활 향상 등 거창한 5개년 경제발전 과업을 제시했으나 결과는 10년 전보다 경제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수석연구원은 “최근 쌀값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배 이상 폭등했고, 근로자의 한 달 월급으로는 쌀 2킬로그램밖에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당의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이처럼 극심한 상황에서 또다시 당대회를 열어도 주민들이 기대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수석연구원은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나라의 경제 형편이 나아지면 당대회를 열겠다’며 36년간 대회를 미루어 왔다”며 “경제적 성과 없이 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오히려 체제의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뚜렷한 경제적 성과 없이 잇따라 당대회를 개최하고 있어 주민들의 피로감과 불신이 누적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입니다.
이현승 연구원: 이번 당대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냉소와 기피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