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겨울철 북중 국경에 흐르는 강이 얼어붙으면서 접경지역에서 밀수 형태의 교역이 활발하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건설, 운수 기재가 북한으로 많이 반입되는데 그 대가로 북한의 폐철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3일 “최근 중국으로 파철(폐철)이 넘어간다”며 “중국 대방(거래 상대)한테서 받은 물품 값을 파철로 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1990년대 경제난) 초기 중국에서 식량을 비롯한 각종 물자가 많이 들어왔는데 대부분 파철을 주고 받은 것이었다”며 “그때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저마다 파철을 넘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때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야금야금 파철이 중국으로 계속 넘어가고 있다”며 “물품은 많이 넘어오는데 값을 치를 외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겨울이 돼 강이 두껍게 얼어 붙으면서 파철을 실은 차가 넘어가는 빈도가 잦아졌는데 차가 중국으로 넘어가 파철을 부리고 돌아온다”며 “파철을 주고 받는 물품이 주로 윤전기재와 건설기재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요 몇 년간 각종 공사와 건설이 많이 진행되면서 전 사회적으로 윤전기재(교통수단)와 건설기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각 시, 군 등 지역 당국은 물론 어지간한 공장 기업소도 어떻게 하나 자동차 같은 윤전기재를 갖추려 애쓴다”고 언급했습니다.
관련기사
“중고차 시장처럼 빼곡” 북 밀수 차량 야적 현장 포착
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4일 “최근 중국으로 파철이 넘어가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며칠 전에도 파철을 가득 실은 차 2대가 삼수 쪽으로 가는 것을 봤다”며 “이전에도 여러 번 봤는데 양강도 차 번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몇 년 사이에 10톤 자동차, 까또(굴착기), 불도젤(불도저) 등 중량급 건설 운수 기재가 많이 늘어났다”며 “다 중국에서 들어온 것들인데 외화가 부족해지면서 파철로 대금을 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철이 어디서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도매꾼들이 주고 받는 파철 가격이 1kg당 2위안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아무리 외화가 부족하다 해도 파철을 넘기도록 당국이 승인하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고난의 행군 시기 파철이 대대적으로 중국에 넘어갈 때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당국이 나라의 강철 공업을 무너뜨리는 역적 행위라며 강하게 통제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수년째 철강 생산 증대를 강조하고 있고 또 철강 생산에 파철이 긴요하게 쓰이는 만큼 당국이 파철 반출을 승인하지 않았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계속해서 그는 “당국이 파철을 넘기지 말라고 아무리 지시를 내려도 밑에서는 막무가내”라며 ”현지 간부들이 뇌물 받고 눈 감아주면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단체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은 중국으로 파철이 넘어가는 건 북한 지방에 외화가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재평 회장: 고난의 행군 때 외화가 없어서 전사회적으로 파철을 많이 보냈습니다. 지금 다시 중국에 파철이 넘어간다는 건 1990년대와 똑같이 외화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외화가 부족한 지방당국이나 기업들 입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받고 그 대가로 파철을 주면 이득이 됩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