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미북회담, 단시일 내 성사 어려워”

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일부에서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련 국제 정세와 경제 등을 분석하는 한국 국회의원 모임 ‘북한 그리고 통일’이 4일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진 가운데, 짧은 시일 안에 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는 이달 말쯤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발제자로 나선 김숙 전 유엔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북회담의 열쇠는 사실상 북한이 쥐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을 계기로 러시아·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지금은 대미 대화에 호응할 절박함이나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도 대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북한 핵을 인정하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회담을 할 전략적 이익이 없으며, 이 때문에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김숙 전 유앤대사: 미국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송해서 미국 법정에 세웠고, 쿠바, 우크라이나, 이란 등 소위 ‘핫 스팟’(Hot spot)에 1차적인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을 만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장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이 현재로선 불분명합니다.

김 전 대사는 북한의 핵개발과 보유를 비호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현 기조를 감안할 때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고히 하고,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와 유엔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토론에서 미 행정부가 미북협상 자체에는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고, 임기 안에 협상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단기간에 협상이 타결되기는 힘든 구조적 제약이 여전하다면서, 북한 문제가 미국의 외교 문제 우선순위 안에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에 항상 열려 있다’는 표현은 찾아보시면 바이든 행정부 때 입장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고, 중요한 기존 의제를 양보하면서까지 북한과 대화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차 부원장은 미국이 회담 성사를 위해 비핵화 문제를 미뤄두는 상황을 경계하며, 한국 정부에 조급한 태도를 버리고 한미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포기하지 않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미 행정부가 중국 측에 미북대화 성사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되 북한에 대한 전반적 통제력은 일부 포기하는 것을 바라고 있겠지만, 중국은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내’를 강조하며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이미 나타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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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 미북 대화는 미국 측에 부담일 수 있어”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전 한국 국회의원도 ‘김정은의 입장에서 바라본 미북회담’을 주제로 한 발제에 나서 정상회담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태 전 의원은 핵개발을 구실로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보유를 용인하며 미북회담에 나서는 것은 미국 측에 부담일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태영호 전 국회의원: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대이란 전쟁 최종 목표로 두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하나는 절대 이란에 핵무기를 쥐어 줄 수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라는 것입니다. 이란에는 핵을 용납할 수 없어서 전쟁을 불사하고 공격하는데 대이란 전쟁 직후 김정은을 만나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위험일 수 있습니다.

태 전 의원은 전 세계가 이란 사태에 주목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을 만나는 것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지위와 이미지, 협상력만 높여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과 관련한 북한 측 성명에 대해선,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고 수위를 낮춘 흔적이 역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태 전 의원은 외무성 담화 한 차례 말고는 노동신문에도 관련 소식이 전혀 실리지 않았다며,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방공망이 미국 측 공격을 막는 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북한 당국에 부담스러운 상황일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