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탱크를 조종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군사 행보를 잇달아 보인 것은 아버지가 후계자였던 시절 모습을 따라하는 것이란 분석이 한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9일 아버지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함께 평양 제60훈련기지를 찾아 신형 주력 전차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보인 김주애.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6일 김정은 총비서의 후계자 시절의 모습을 차용해 여성 후계자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의 말입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이는 준비된 미래 지도자라는 시각을 통해 여성 후계자에 대한 의구심을 희석하고, 후계 서사 구축을 가속하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이날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애가 전차 조종을 한 것이 군사적 비범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이번 보고에서는 이전의 ‘지도자’ 대신 ‘여성 후계자’라는 표현을 써, 후계자 준비 과정을 넘어 이미 김주애가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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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내용으로 미뤄볼 때 김 총비서의 위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국정원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선대의 색채를 희석하려는 시도가 관찰됐다며, 국무위원장 재추대를 통해 김 총비서의 지도력 선전에 집중하고 만수대의사당 이름을 평양의사당으로 바꾼 것,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부각하지 않은 것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해방 후 75년 동안과 구별되는 새 시대 개막을 선포함으로써 선대와의 단절 그리고 선대의 영향력, 색채를 줄이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를 통해서 김정은만이 북한의 지도자라는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단행된 인사와 관련해선 “원로 세대가 퇴진하며 당 조직 지도부 출신 친위세력을 전면에 배치하고 전문 관료를 발탁해 김 총비서의 정책 장악력을 제고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특히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장에 대해서는 “당 정치국에 재진입했고, 당 총무부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김정은의 복심’으로 지시 이행을 점검하는 가운데 대외 메시지 전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총비서의 측근 조용원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겸직한 것을 언급하며 “김정은의 정책 구상을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의회 차원의 외교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북 ‘두 국가론’, 이미 법·제도에 상당히 반영”
이른바 ‘두 국가론’ 기조가 여러 법과 제도상에 상당히 반영됐다는 평가도 제기됐습니다.
국정원은 직접 입수한 2024년 6월 개정 노동당 규약에서 ‘공화국 북반구 사회주의 건설, 통일전선 등의 문구가 삭제됐다’며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달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될 새 탄소섬유 고체연료 엔진 시험 장면을 공개한 데 대해 “출력 증대, 탄소 섬유를 이용한 동체 경량화를 통해 다탄두 탑재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해서 정밀 추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관계가 매우 깊은 이란에 아직 무기와 물자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동향을 전하면서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죽었을 때 조전을 보내지 않았고, 둘째 아들이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는데도 축전을 보내지 않는 등 오히려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중국, 러시아와 달리 북한 외무성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해 단 두 차례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며 이란을 지지하거나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두 번의 최고인민회의와 당대회를 통해 두드러진 것은, 말로는 대결과 평화를 내세우고 있고 어떤 선택에든 대응하겠다면서도 대미 자극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본인 육성으로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중동전쟁 이후 미북 간 새로운 관계를 염두에 두고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금 보이는 태도가 오는 5월에 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외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일 수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