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방북이 북중 재밀착이나 교류 활성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이틀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직접 공항에서 왕 부장을 영접하는 등 전례 없는 수준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장윤정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장윤정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 이전에 2019년 9월 왕이 부장이 단독으로 방북했을 때는 아마도 외무성의 일원이 공항에 영접을 나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이후 6년 7개월 만에 북한을 찾은 왕 부장은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최선희 외무상과 외교장관 회담을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을 ‘피로 맺어진’, ‘영원히 퇴색되지 않고 깨뜨릴 수 없는’ 북중 간 우의 등으로 표현하며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다음 달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북한과 중국이 대미관계와 한반도 문제, 경제분야 등에서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국제 질서가 복잡해지면서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고위급 전략적 소통이라는 형식으로 관계 강화를 위해 방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쪽에 기울어 있는데, 중국이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는 미국일 것”이라며 “중동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이 북한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중국이 미중 간 대화 의제가 될 수 있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북한이 취하고 있는 입장을 확인했을 것이란 진단도 제기됐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중 정상회담에 대비해서 북한이 미국과의 협의,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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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부터의 물적 지원이 절실한 북한으로선 이번 기회를 살려 북중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받는 북한이 경제발전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중국의 도움이 결정적일 것이라며, 북한에도 북중 관계 개선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북중 교류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는 최근 동향을 전하며 양국 관계가 향후 더욱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근 북중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항공이나 철도 개통, 조만간 신압록강대교가 열린다는 관측도 있어서 앞으로 북중 간 교류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북중 간 만남을 계기로 미북 정상회담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습니다.
오경섭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핵을 묵인하고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는 미국의 결정에 달려있는 만큼, 이번 대화로 미북 대화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재흥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등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 미국이 북한 문제를 위한 타협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미 대외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지키고 있는 북한으로부터 중국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미북 대화를 내심 반기지 않을 것이란 진단도 제기됐습니다.
박병광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만났을 때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할 것”이라며,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쪽을 더 선호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